박원순 전 비서 "위력에 의한 성추행 4년간 지속" 주장
박원순 전 비서 "위력에 의한 성추행 4년간 지속" 주장
  • 강수련 기자
  • 승인 2020.07.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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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이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A씨는 기자회견 자리에 불참했으며,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내용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4년 동안 지속됐으며, 오랜 고민 끝에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 시간 뿐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를 하지 못한 이유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속옥차림 사진 전송, 늦은밤 음란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 수위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이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며 "인구 1000만여명 대도시 서울 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죽음으로 사건이 무마되거나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에 들어간 상황이다.

 

-A씨 입장문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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