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먹어 치울 사흘의 맛 기행
통영을 먹어 치울 사흘의 맛 기행
  • 전현철 기자
  • 승인 2020.07.15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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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맛있는 음식 기행은 우선 군침부터 돌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더군다나 통영은 발이 닿기도 전에 군침부터 도니 난감하다. 이곳저곳 이동하기 좋은 중앙동 문화마당에 숙소를 잡아 짐만 부리고 바로 나간다.

첫째 날, 이른 저녁으로 '짱어'구이를 먹는다. 커다랗고 두툼하며 기름기가 많은 민물장어가 아니고 바다에 사는 붕장어다. '아나고'라 부르는 붕장어를 껍질째 토막 내서 삼겹살처럼 불판에 얹어 구운 뒤 소금장에 찍어 막는다. 담백함과 적당한 기름기의 차진 맛에 술 한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장어의 제철은 5~9월이지만 통영에서는 사계절 먹을 거리로 손꼽힌다. '꼼장어'라 부르는 먹장어 고추장양념구이도 있다. 

이제 허기를 달랬으니 본격적으로 남해 바다에 취할 차례다. 실비집, 즉 다찌집으로 가자. '다찌'는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의 일본어 '다찌노미'에서 왔다는데 다찌에 가서 한번 앉으면 일어서기가 쉽지 않으니 아이러니하다. 

둘째 날, 이른 아침 해장 메뉴는 복국이다 손바닥만 한 졸복과 콩나물을 넣고 끓인 해장국에 식초와 양념장을 살살 풀어 마시듯 먹고 나면 전신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것 같다. 점심은 통영 명물 '멍게비빔밥'이다. 짭조름한 바다의 향과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멍게를 칼로 톡톡 다져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넣고 비벼 먹는다. 김, 참기름, 통깨와 멍게만 넣고 비벼야 제맛이라고도 하고, 김을 넣으면 간장에 비비고 채소를 넣으면 초장에 비비라고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멍게가 익을 정도로 밥이 너무 뜨거우면 안 되고,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으로 흩어가며 비빈 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맛있다는 것이다. 저녁은 입맛 돋우는 칼칼한 멸치무침회를 선택한다. 산란을 위해 통영을 찾은 봄 멸치는 어른 손가락만 하며 맛을 최고로 친다. 머리를 떼고 뼈와 내장을 발라낸 다음 초고추장과 참기름, 참깨, 고추, 상추, 당근, 미나리, 배 등을 넣고 버무려 먹는다.

셋째 날, 새벽 4시 서호시장으로 달려가 회를 떠서 포장해 원조시락국 집으로 가져간다. 맛깔스러운 밑반찬을 곁들여 구수한 시락국과 고소한 회로 아침 허기를 달랜다. 점심은 뚝배기 가득 빡빡하게 해물이 들어앉은 해물뚝배기다. 김을 뿜으며 끓고 있는 모습에 군침이 절로 돈다.

해물만 건져 먹어도 배가 부른데 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반찬과 밥이 그대로이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뚝배기와 밥공기를 비우고 나면 목에 간간하고 얼큰한 기운이 남아 단것이 먹고 싶어진다. 통영을 떠나는 길, 오미사꿀빵에 들러 디저트 겸 여행의 간식거리로 넉넉하게 구입한다. 마지막으로 꿀빵을 먹으며 굴 파는 곳에 가서 굴을 구입해 택배로 가족에게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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