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질환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질환
  • 고일봉 기자
  • 승인 2020.07.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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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첫 번째가 경제적 어려움이었고, 두 번째가 건강문제였다. 노인들의 건강문제는 대부분 만성질환이다.

장기간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만성질환은 노인들을 요양원 등 시설에 입소하게 만든다.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심리증상은 일반 노인의 심리증상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 노인들은 가족과의 갈등, 사업 실패, 조기퇴직 등 특정 인물과의 갈등이나 사건 발생에서 우울을 느낀다.

특정 사건으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이 있고, 윈인이 되는 사건에 대한 집착과 증오심을 동반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다.

이와 반대로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은 핵심이 되는 사건이나 인물이 없이 오랜 시간 동안의 고립과 허무감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정되는 특성이 있다.

요양 시설에 입소한 노인의 우울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분노와 편집이 없는 반면, 가족이나 친척 등 일차보호자가 옆에 없기에 깊은 대화 같은 외향적인 해결 노력이 없고, 자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특유한 형태의 우울 증상을 '시설생활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시설생활증후군이란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에서 수동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되는 우울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는 점진적이면서도 지속해서 발전함으로써 지능, 언어, 신진대사, 식욕, 수면 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특정 시설에 거주하며 눈에 밟히는 자식과 손주들을 보지 못한 채 살다 보면 고독감이 깊어져 우울 중세를 보일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늙고 몸은 예전 같지 않을망정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만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벌써 몇 달째 가족들을 만나볼 수 없기에 그 허전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침부터 밤중까지 분주하게 지내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들은 온종일 눈앞에 가족들 얼굴이 아른거릴 테니 그 정도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노인들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비록 전화 통화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애틋한 자식들의 마음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그립고 보고 싶은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더라도, 방금 했던 말을 까맣게 잊고 되묻더라도, 엉뚱한 이야기를 자꾸 끄집어내더라도, 웃으면서 하루 한 번만이라도 자식이나 손주들과 수화기 너머로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요양 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고립감, 허무감, 고독감에 빠져 자학으로 치닫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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