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립미술원
영국의 왕립미술원
  • 김영애 기자
  • 승인 2018.10.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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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전시를 통해 예술과 대중을 이으면서 이를 장려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영국 왕립미술관(Royal Academy of Arts, RA)은 1768년  처음 문을 열었다. 매년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영국에서 유일하게 등록금을 내지 않는 중요한 예술 교육 기관으로 윌리엄 터너,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트레이시 에민, 엔터니 곰리, 노먼 포스터, 더이비드 치퍼필드 등 많은 예술가와 건축가가 이 곳을 거쳐갔다.

영국 왕립미술원
영국 왕립미술원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지 올해로 250년, RA는 올해 데이비드 차퍼필드의 건축 디자인으로 더욱 견고하게 다시 태어났다. 대규모로 진행된 레노베이션 중 하이라이트는 '벌링턴 하우스'다. RA의 핵심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온 이곳을 맞닿아 있는 '6 벌링턴 가든'까지 대폭 확장했다. 서로 다른 미감을 지니 두 건물을 연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치퍼필드는 기본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노출 콘크리트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다리로 두 건물을 연결해 균형을 맞춘 것이다. 한편, 2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RA 원형 강당도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터너, 컨스터블의 작품이 포함된 주요 컬렉션과 잠피에트리노가 그린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형이 여기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RA는 언제나 양질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RA가 개관 25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은 단순히 건물 가꾸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날을 빛내고자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그레디슨 페리가 큐레이팅을 맡은 전시 <250th Summer Exhibition>을 때맞춰 개최했다. 이름 모를 아마추어 화가부터 애니시 커푸어, 데이비드 슈리글리, 데이비드 호크니, 뱅크시까지 RA는 지금 가장 눈길을 끄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13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또한 이들을 새롭게 확장한 공간에 집중 설치해 공간과 작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도모하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작가의 작품이야 그들의 가치만큼 고가지만 가능성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런던에서 의외의 공간이 갤러리로 탈바꿈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고풍스러운 호텔이 갤러리로 바뀌거나 모델하우스,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에서도 종종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런던 아트 신을 환기하지만 대부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이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초, 앤토니아 마시가 오픈한 소프트 오프닝은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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