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씨의 도둑질 ( 國 氏 爲 盗 )
국 씨의 도둑질 ( 國 氏 爲 盗 )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10.1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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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나라에 국 씨 성을 가진 아주 큰 부자가 있었다. 하루는 송나라에 사는 상 씨라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 제나라로 국 씨를 찾아가 재물 모으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국 씨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재물 모으는 것이야 쉬운 일이라오. 나는 도둑질을 잘 했을 뿐입니다. 도둑질을 배운 뒤 한두 해만에 먹고 입는 게 풍족해지고, 3년 만에는 수레와 말이 문 앞에 가득 차더이다. 금과 은이 집안에 가득차고, 또 제나라의 귀족들과도 사귀었다오."

상 씨는 그 말을 듣고 기쁨에 넘쳐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물어 확인하고는 송나라로 달려가 도둑질을 하기 시작했다. 훤한 대낮이든 칠흑 같은 밤이든 가리지 않고, 담을 넘고 벽을 뚫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집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며칠 못 가 잡혀서 관가에 고발되고, 훔친 물건을 모두 몰수 당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있던 재산마저도 빼앗겼다. 상 씨는 후회하면서 국 씨가 자기를 속였다고 몹시원망했다.

국 씨가 물었다. "어떤 방법으로 도둑질을 했소이까?"

상 씨가 사실대로 말해 주자, 그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아니요, 그런식으로 도둑질을 하다니? 자, 당신에게 말해 주겠소. 하늘에는 사계절이 있고, 땅에는 천연자원과 비옥함이 있지요. 내가 훔친 것은 이러한 자연의 계절과 땅의 힘이라오. 그것을 빌려 봄에는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저장하고, 여름에는 햇볕에 길렀답니다. 땅에서는 짐승을 훔치고, 물에서는 물고기를 훔쳤지요. 내가 먹는 것, 쓰는 것은 다 이렇게 훔친 거라오. 이런 것들은 원래 자연에서 자라난 것이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지의 산물을 훔친 것은 범법이 아니지만 당신이 한 일은 어떻소? 이걸 알아야 하오. 금은과같은 재화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은 것이지 결코 자연이 당신에게 준 것이 아니란 말이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왜 죄가 안 되겠소? 스스로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고 나를 원망할 수 있단 말이오?"

▶ 자연 자원을 이용하는 것을 훔친다고 표현했다. 사람은 필요한 자원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자연에 있는 자원을 가공하고 이용할 뿐이다. 제 것이 아닌 것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다 쓰니 훔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도가에서는 옛부터 천지조화의 비밀을 훔친다는 표현을 즐겨 썼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것도 조화의 비밀을 훔치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자연을 인위적인 목적에 따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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