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치료 안 하면 치매 발생 1.3배 증가
대상포진 치료 안 하면 치매 발생 1.3배 증가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7.2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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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배성만 임상강사, 의료통계학과 윤성철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배성만 임상강사, 의료통계학과 윤성철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피부에 다발성 수포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역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배성만, 의학통계학과 윤성철,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을 이용해 대상포진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집단과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의 10년간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은 집단에서 실제 치매가 발생한 비율이 치료집단에 비해 1.3배 높았다. 반면 대상포진을 앓았어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 받은 집단에서는 추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분의 1 정도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 주변으로 퍼져서 발생한다. 수포와 통증이 느껴지면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물집과 발진이 사라진다 해도 이차 감염이나 만성 신경통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침입할 때 인슐린분해효소를 수용체로 이용한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인해 효소 활성이 차단되면서 대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자체가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기초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할 목적으로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역설적으로 치매 발병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는 인구 기반의 대규모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가운데 2002년부터 2013년 사이 새롭게 대상포진 진단을 받은 50세 이상 환자 34505명의 빅데이터가 사용됐다. 환자의 84%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집단, 나머지 16%는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비교집단 간에 성별 나이 기저질환은 물론 경제적 수준 등이 유사하도록 두 집단을 1:1 성향점수매칭에 따라 5618명으로 보정한 뒤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흔하게 발생하는 대상포진과 완치가 블가능한 치매의 역학적 연관성을 빅데이터를 이용해 밝혀낸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두 질병의 인과관계를 확정적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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