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불황에도 몇조 투자? 전문경영인은 못해"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불황에도 몇조 투자? 전문경영인은 못해"
  • 뉴시스
  • 승인 2020.07.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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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신화' 서막 64메가 D램 개발일 28주년 사내 인터뷰
"이병철, 이건희 회장 최고경영자층 결단·리더십이 초격차 비결"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불황 속 '몇조 투자?' 말하기 쉽지 않아"
"새로운 시대는 다이나믹...다양한 분야서 지식에 접근 노력해야"
】 권오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권오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종합기술원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온 동력과 경쟁력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있었다"고 말했다.
 
권오현 전 회장은 28일 이른바 '삼성반도체 신화'의 상징적 일인  64메가 D램 시제품 개발일(1992년8월1일) 28주년을 맞아 진행된 사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당시 권오현 전 회장은 개발팀장을 맡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올라 변화와 혁신의 물결 속에서 전 세계가 극심한 초경쟁 사회로 진입한 최근 10여 년간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권 전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때가 1992년인데,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이 세계 1위가 됐다. 아마 1992년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1위가 된 뜻 깊은 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제가 일익을 담당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며 당시 개발팀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당시는 삼성이 반도체(사업)를 한다는 자체가 넌센스(Nonsense) 같은 일이었다. 이병철 회장님께서 하겠다 선언하시고, 이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님이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며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커미트먼트(Commitment·전념, 헌신)라고 할까. 반도체 사업은 워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도 커서 리스키(risky)한 비즈니스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64M D램 개발의 주역들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가운데)과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64M D램 개발의 주역들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가운데)과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삼성전자

 이어 권 전 회장은 "1990년대 일본의 기술 수준이 높았는데, 이후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그건 투자 시점을 잘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일본)는 ‘100% 경영전문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했고, (업계) 불황일 때 (전문경영인이) 투자하자는 말을 못했다"며 "그런 위험한 순간에서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층의의 결단, 리더십이 필요한 것처럼 반도체 사업은 앞으로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꼭 하겠다는 책임감, 도전정신과 함께 임직원들의 데디케이션(Dedication·헌신), 꼭 달성하겠다는 헌신적 노력이 어우러져서 지금과 같은 최고 위치에 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최고경영자층과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권 전 회장은 "순간적으로 빨리빨리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원활한 소통과 토의가 필요하다"며 "그게 없으면 저도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굉장한 적자, 불황 상황에서 ‘몇조 투자하자’고 말하기 싶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층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래와 관련해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강조했다.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삼성전자 64M D램. 사진 삼성전자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삼성전자 64M D램. 사진 삼성전자

그는 "그저 옛날의 연장선상에서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모습과 목표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이렇게 해라, 무엇을 해라하는 기준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준점을 우리가 세팅해야 한다. 옛날에는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등학생이 공부하는 방법과 박사과정이 공부하는 방법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기준점을) 세팅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지 지금까지 성공해 왔으니 그대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 세상의 트렌드를 잘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발전이 더디게 된 것은 트렌드 세팅을 해야 하는데 자꾸 트렌드를 쫓아가기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에 접근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35년 삼성맨으로서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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