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가면 대나무 음식은 반드시 챙겨 먹어라
담양 가면 대나무 음식은 반드시 챙겨 먹어라
  • 최민규 기자
  • 승인 2020.08.04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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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 '천공의 성, 라퓨타'가 떠오른다. 이래저래 여러 번 지나치면서 경험한 담양은 시간과 공간의 틀에서 벗어난 섬 같다. '연못 담(潭)'볕 양(陽)'으로 이루어진 이름처럼 안락하고 따뜻해 도시가 마치 신선한 달걀노른자 같기도 하다.

여러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좋고 나쁨을 떠나 양기가 충만한 곳이 있는가 하면 맑은 날에도 음습한 기운이 스멀거리는 땅이 있는데 담양의 풍경은 밝고 맛은 따뜻하다.

누구나 알듯 담양에는 대나무가 많아 이를 이용한 요리가 다채롭다. 봄이면 연한 살로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죽순이 유명하고, 텅 빈 대나무 통에 술을 채워 마시며, 각종 곡식과 과실을 섞어 대나무 통에 영양밥도 지어 먹는다. 세로로 가른 대나무를 그릇 삼아 고기와 생선을 얹어 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솥에 쪄서도 먹는다.

또 어린 대나무 잎은 가루 내어 반죽을 만들어 냉면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대나무 잎과 한약재를 함께 넣고 약수를 담가 마신다. 3년 이상 자란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고 고온에서 8~9회 반복해서 구워 완성한 죽염과 대나무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자란 대나무 숲 속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죽로차, 이 모두가 대나무가 선사하는 고급 식품이다.

죽로차는 아직 맛본 적 없고 죽염은 이 닦을 때 사용했던 기억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대통밥, 대통술이나 대나무를 그릇 삼는 요리는 흔하다. 가장 탐나는 것은 역시 성질 급한 새침데기 같은 죽순이다. 신선한 죽순을 맛보려면 늦어도 6월 전에는 담양에 가야 한다.

땅을 뚫고 올라와 10일 정도 되면 어느새 대나무가 돼 먹지 못하고 보존 기간이 짧아 캐자마자 가공하거나 조리해야 하니 더 귀하게 여겨진다. 날로 먹으면 아리고 떫은맛이 강해 찌거나 삶아 먹는다.

살짝 데친 죽순을 편으로 잘라 미나리, 풋고추를 썰어 넣고 고추장, 설탕, 깨소금, 식초에 버무려 먹는다. 아삭아삭 씹을 때마다 남다르게 솟아오르는 향긋함이 1년을 기다린 보람이 헛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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