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재호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재호 교수
  • 김근태 기자
  • 승인 2020.08.06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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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교수
정재호 교수

정재호 교수는 유방암, 담도암, 췌장암에 대한 약물치료를 세부 전문분야로 하고 있다. 전이암 환자들은 완치도 되지 않는데 항암 치료가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더 오래 사는게 첫 번째, 같은 기간을 살아도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두 번째 이유라고 답한다.

아무리 좋은 진통제도 암을 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환자마다 어떤 약이 효과적인지, 용량을 어떻게 조절할지 항암 치료의 득실을 예민하게 따져 관리하는 것이 정 교수의 숙제다.

요즘은 급속히 진행되는 유방암 환자군을 모아 그 특성을 분석하고 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1차 치료에 실패한 폐경 전 유방암 환자를 위한 항호르몬 치료병합요법 연구로 지난해 유럽종양학회에서 메리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종양내과에서는 암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치료 과정을 돌본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파악하려면 환자를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환자가 반복적인 통증을 호소해도 검사 결과에는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다.

정 교수는 어린 시절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다. 첫돌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다행히 병원 생활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건강하게 자라서 의사 선생님처럼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지"라는 다독임이 성장기의 자양분이 되어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전공을 선택할 때에는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의 설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종양내과를 막연히 나쁜 소식만 전하는 곳이라고 여기던 차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3차 병원의 종양내과 의사라면 표준 치료를 잘하는 건 기본이고 새로운 표준 치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른 분야였습니다. 뭔가 해볼 게 많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안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악단의 지휘자처럼 근사하게 보이더라고요"

"환자와 의사는 같은 곳을 보며 가야 합니다. 그래야 험난한 여정을 보다 빠르고 쉽게 지날 수 있을 테니까요. 최선의 치료는 가치관에 따라 모두 다르게 판단할 겁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해 나간다는 믿음이 그 출발선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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