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습관처럼 전어가 생각난다.
가을이 오면 습관처럼 전어가 생각난다.
  • 오신기 기자
  • 승인 2020.08.12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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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누가 잘라 먹든 구워 먹든 상관하지 않고 몸을 다 내준 뒤 쓰디쓴 눈송이만 한 어둔 내장 한 송이를 남겨놓으니 이것으로 담근 젓을 전어속젓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에 오랜 근신이 필요하듯이 젓갈 담근 지 석 달 후쯤 뜨거운 흰밥과 함께 먹으면 좋다"

안도현의 시 중 '전어속젓'의 일부다. 시인 윤상운은 "전어 한 쌈에/달빛 한쌈/작년에 떠났던 가을/파도에 실려 돌아오네"라고 '전어와 달빛'에서 읊고 있다.

전어는 우리에게 샹선 이상의 애틋함을 주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전어는 나의 습관이며 계절이다. 더위가 문을 닫고 벼가 고개를 숙이는 가을이 오면 수없이 많은 가을날 맛보았던 전어를 함께 나누었던 사람과 풍경이 밀려온다.일정한 시간에 배가 고파오는 것처럼 1년을 돌아 가을이 오면, 우수수 낙옆이 흩날리면 어김없이 전어가 먹고 싶어지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안도현의 시에 나오는 전어속젓은 '밤젓'을 말한다. 전어 창자로 담근 젓을 돔배젓이라 하고 창자의 돌기만 골라 따서 담근 젓을 밤젓이라고 하는데 옛날부터 귀하고 맛있는 명품으로 꼽혔다. 창자로 담근 전어젓이 워낙 맛있고 유명해 돈을 아끼지 않고 비싼 전어젓을 사 먹는다고 해서 이름에 돈 전자가 들어 있다고도 하며 중국 화폐 모양을 닮아서라고도 한다.

전어는 칼집을 낸 다음 소금을 뿌려 석쇠에 올려 숯불이나 연탄에 구워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는다. 가을 전어 머리에 깨가 서 말이나 들었다니 꼭꼭 씹어 머리까지 맛봐야 한다. 뼈째로 어슷어슷 도톰하게 썰어 마늘, 풋고추, 쌈장 등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 뼈꼬시회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뼈꼬시를 미나리, 양베추. 양파. 깻잎, 무채와 함께 양념장에 무치면 무침이 되고, 여기에 뜨끈한 밥을 보태면 회덮밥이 된다. 전어는 어른 여자 손바닥만 하고 몸 형태가  날씬하면서도 배 쪽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이 맛있다. 너무 크고 두꺼우면 양식일 가능성이 높은데 양식은 자연산보다 고소하고 차진맛이 덜하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림 등을 해 먹기는 무리가 없지만---, 4~5월은 산란기라 살이 푸석거리고 지방이 오르지 않아 영 맛이 없어 '봄 전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이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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