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가면 헛제사밥과 안동 식혜를 먹어야 한다
안동에 가면 헛제사밥과 안동 식혜를 먹어야 한다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8.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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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식혜. 2018.02.06 (사진=경북도 제공)  photo@newsis.com
안동식혜. (사진=경북도 제공) 

 

때마다 조상을 생각하며 제를 올리기 위해 가족이 모이는 것을 내심 좋아하는 사람도, 제사 때가 되면 전 부치고 상 치우는 일이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40년 넘게 집안의 조상을 섬기는 일을 묵묵히 해온 엄마들을 대신해서다. 

제사 때 남자들은 과일 깍고 콩나물 다듬고 지방 쓰고 어쩌다가 한 번정도 무거운 것을 옯긴다. 그것이 전부다. 나머지 일은 여자들이, 아니 엄마가 다 한다. 엄마는 이 일을 치르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본다. 모양이 반듯하고 잘 익은 과일과 채소를 사려고 몇 번이나 둘러보는 것이다.

제일 크고 싱싱한 생선을 손질해 말리고, 하루 전에 고기를 재우고, 재료를 깔끔하게 다듬어둔다. 제사가 끝나면 사용하고 난 목기를 닦아 넣는 것까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번거로운 일련의 과정과 나눠 먹는 정이 있어 제사 음식은 언제나 맛있고 유난히 그립다.

제사 음식은 고춧가루, 마늘, 파, 젓갈 같은 자극적인 양념 대신 간장, 참기름, 깨소금, 소금 등으로 맛을 낸다. 쉽고 흔한 것 같지만 막상 먹고 싶을 때 먹기가 쉽지 않은데 제사가 없을 때도 제사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생겨난 것이 '헛제삿밥'이다. 

헛제삿밥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쌀이 귀한 시절 쌀밥이 먹고 싶어 안동 지역 유생들이 축과 제문을 쓰고 허투루 제사를 지낸 데서 생겨났다는 것과, 당시 제사를 지낼 수 없던 상민들이 제사 음식을 그냥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헛제삿밥을 식당에서 팔기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다. 안동 칼국시와 함께 팔다가 나중에 헛제삿밥 전문점이 생겼다.

안동은 바다와 멀기 때문에 생선은 대부분 자반을 굽거나 쪄서 올린다. 주로 조기, 간고등어, 소금에 절인 상어 고기다. 전과 적은 흰살생선부침, 두부구이, 쇠고기산적 정도로 단출하다.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를 비롯해 무채, 콩나물, 가지, 토란대 등으로 비교적 다양하다.

탕은 쇠고기로 끓이는데 예전에는 어물로 끓이거나 채소만으로 끓이기도 했다. 여기에 떡 1~2가지와 깨소금 듬뿍 넣은 재래간장을 놓으면 안동식 헛제삿밥상이 된다. 나물과 탕국 등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로 나물을 조금씩 담아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빔용으로 고추장을 주기도 하지만 나물 간만으로 심심하게 비벼 먹거나 간장으로 비벼야 제삿밥 특유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마무리는 새콤 달콤한 안동 식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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