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한 잔의 뒤를 잇는 커피
에스프레소 한 잔의 뒤를 잇는 커피
  • 지태영 기자
  • 승인 2020.08.19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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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향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커피는 엄청난 사랑을 받는 기호 식품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 수만큼 만드는 방법, 마시는 법, 때와 장소, 이유, 선호하는 맛이 다양할 것이다. 

정답은 어디에도 없고 누구나 갖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커피에 빠진 지인과 몇달 동안 일하면서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커피를 처음 즐기던 2003년 서울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만한 카페가 거의 없었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잘못 시킨 줄 알고 되묻거나, 팔뚝만큼 깊은 종이컵 바닥에 찔끔 부어주거나, 크레마 없는 까만 국물만 줄줄 따라주기 일 쑤였다. 에스프레소 맨 위에 촘촘하게 거품처럼 덮여 있는 캐러멜 색 크레마는 향, 맛, 온기를 품고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모카 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만들면 크레마가 생기지 않는데 끓이고 추출하는 동안 향과 맛이 밀도 있게 녹아드니 상관없다. 

요즘에는 일회용 캡슐 커피 추출기도 크레마를 잡아내는 성과를 보이니 비싼 자동 수출기를 사용하는 손들은 긴장을 늦춰선 안 되겠다. 

에스프레소 한 잔은  솔로, 두 배의 양을 마시고 싶을 땐 도피오, 열과 압력을 그대로 두고 시간을 늘려 뽑는 룽고도 있고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 아메리카노처럼 묽게 마시는 경우도 있다. 에스프레소 도피오를 큰 잔에 붓고 설탕과 얼음을 잔뜩 넣어 마시는데 한여름 더위를 쫓는 신통방통 최고의 메뉴라 한다. 

어느 카페에서든지 제조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에스프레소에 스팀으로 곱게 부풀린 우유 커품만 살짝 얹어 작은 잔에 찰랑찰항 채워주는 것이 마키아토다. 마키아토는 마키아레, 즉 '더럽히다, 얼룩지게 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에서 온 말이다. 우유 거품 대신 휘팡한 생크림을 잔 위로 봉긋하게 짜 올리면 콘판나가 된다. 이때 생크림에 코냑과 레몬즙, 약간의 설탕을 섞으면 훨씬 맛있다. 

잔 크기를 키워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거품의 양을 달리하면 카푸치노와 카페라테가 된다. 에스프레소와 그 부류의 커피를 마실 때 중요한 것이 설탕이다. 각설탕이나 손가락 한 마디만한 황설탕 덩어리를 받을 때 당황스럽다. '부셔서 넣을 까', '통째로 넣고 녹았을 때쯤 마실까',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저으면 냉커피가 되겠군' 등의 불만과 고민을 하게 된다. 시럽도 부담스럽다. 녹일 필요는 없지만 물과 설탕을 1:1로 섞어 끓인 것이니 커피에 물을 타는 셈이다. 비싸다는 호박색 돌설탕도 반갑지 않다. 

개인적으로 좀 싸구려 같고 몸에 덜 좋아도 가루 설탕이 입맛추기에는 으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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