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저 편, 첨단 기술로 탐지할 수 있나
거짓말의 저 편, 첨단 기술로 탐지할 수 있나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0.08.20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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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나 성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억울하다, 누명을 썼다"라고 항변한다. 반박하는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한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순수할 것 같은 아이들도 거짓말을 한다. 성장과정에서 지적 능력이 발달하면서 아이는 "내가 아는 진실을 상대방이 전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즉, 타인의 생각을 추측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인은 타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맞출 확률은 54%에 불과하다고 한다. 거짓말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현실에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속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표정이나 몸짓, 언어를 분석해 거짓말을 판별하는 전문가도 등장했다. 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얼굴 근육과 혈류의 미세한 변화를 이용하는 기법도 있는데, 이런 노력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거짓말탐지기'이다. 

거짓말을 할 때 뇌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뇌과학 지식과 첨단 기술도 동원된다. 영국 셰필드대 정신건강의학과 스펜스 교수를 비롯한 많은 연구진은 MRI를 이용해 '거짓말과 뇌'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거짓을 말할 때 '억제와 조절'을 담당하는 뇌 ㅜ영역이 활성화되는 걸 발견했다. 

진실을 억제하고 거짓말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절도범을 잡아내는 모의 실험에서 MRI를 통한 거짓말 탐지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일부 미국 기업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고 불안해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감정이 동요하지 않고 상대방을 속일 궁리만 한다. 즉 거짓말하면서 사용하는 뇌 영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뇌와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기술은 뇌의 이야기를 엉뚱하게 해석할 수 있으며,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면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것이다. 

모든 거짓말을 없앨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능숙한 사기꾼은 마음이론이 잘 발달돼 타인의 욕망과 공포를 잘 읽어내고 이익을 위해 자기 충동을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보고 공감하는 뇌ㅜ 영역인 '거울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거짓말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뇌과학적 거짓말 탐지 기법 만을 발전시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내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이 받을 고통을 떠올리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아는 뇌'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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