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그것은 다만 무명어에 지나지 않았다
명태, 그것은 다만 무명어에 지나지 않았다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0.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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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는 한때 이름 없는 생선이었다.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따르면 '도백이 맛있게 먹은 생선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 채 다만 명천에 사는 어부 태(太)씨가 잡은 것이라 고 해 산지인 명천의 명(明) 자와 어부의 성 태(太) 자를 따서 명태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한다.

명태는 간을 보호하고 피로 해소에 좋은 생선이다. 다른 생성에 비해 지방이 적어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명태, 북어, 코다리, 황태, 노거리 등등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던지 이름도 참으로 여러 가지를 붙여줬다.

바로 건져 올린 생물 상태의 명태는 생태라고 부른다. 생태를 얼리면 동태가 된다, 생태와 동태는 찌개로 많이 끓여 먹는데 싱싱한 것은 김장 재료로도 쓴다. 생태를 바닷가에서 그대로 말리면 북어 또는 건태가 된다, 북어는 몽둥이로 두드려서 초벌 양념해 굽거나, 국을 끓이거나, 채를 내 볶음·무침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제사 지낼 때 꼭 상에 오른다. 생태의 내장과 아가미를 뺀 뒤 반건조기킨 것은 코다리, 4마리씩 코를 꿰어 팔아 붙은 이름이다. 살이 부드럽고 푸짐한 코다리는 찜, 찌개, 조림을 해 먹으면 맛있다.

말린 색에 따라 백태, 흑태라고도 부르고 깡마른 것은 깡태라고도 한다. 포획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라고 하고 강원도에서 잡히면 강태, 함경도에서 잡으면 왜태, 정월에 잡은 것은 일태, 2월에 잡은 것은 이태라고도 한다.

수많은 명태 중 가장 값을 쳐주는 것이 황태다. 황태는 생태를 민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한 뒤 바람 많고 추운 산에서 2개월 이상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건조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부령·대관령 황태덕장이 유명하다. '덕'이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나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이나 선반을 뜻하는 것으로 순우리말이다.

뾰죽한 산봉우리와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덕장에 끝없이 걸려 있는 명태의 진열은 감탄을 자아낼 만한 풍경이다. 적장에 걸린 황태는 밤에 얼고 낮에 녹으면서 천천히 마른다, 겉은 통통하고 노리끼리한 색이 돌며 속살은 뽀얗고 포슬포슬하면서 부드럽다.

맛도 향도 훨씬 진해져 국, 구이, 찜, 찌개 뭘 해도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과 보드라운 고기 맛이 일품이다. 명태는 산란기인 1월에 가장 영양가가 높고 맛있다. 그것을 잡아 잘 말린 3월의 황태가 제일 맛있는데 입맛에 따라 여름까지 묵힌 황태를 좋아하는 이도 있다. 참고로 노가리는 명태 새끼고, 알로 담그는 명란젓, 창자로 담그는 창난젓 또한 명태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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