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맛,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
포천의 맛,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9.03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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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과 이동을 잇는 47번 국도 주변에는 이동갈빗집이 즐비하다. 포천이 갈비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백운계곡과 산정호수가 국민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다. 포천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딱 두 곳뿐이던 갈빗집의 숫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동갈비의 대표 메뉴는 간간하고 달콤한 양념장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 먹는 양념소갈비로 당시만 해도 갈비 값이 서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현재 대부분의 이동갈빗집은 수입산을 사용하지만 지방이 촘촘하고 육질이 좋은 1등급을 쓰기 때문에 맛차이는 크게 없다고 한다. 하긴 이동갈비는 갈비를 펴고, 칼질을 내고, 양념하고, 재우는 기술과 과정에 따라 맛이 결정되니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한다.

포천은 아름다운 산과 계곡, 물 좋은 온천이 많아 데이트, MT, 소풍, 야유회 등 추억을 더듬어 문득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시간이 성큼 흘렀는대도 향긋한 숫불에 구워 먹는 양념갈비 맛은 예전 그대로니 일상에 오그라들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도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지글지글 갈비 익는 소리에 꿀렁꿀렁 막걸리 따르는 소리가 빠지면 섭섭하고, 숯불이 뿜는 열기를 녹이려면 막걸리의 걸출한 냉기가 필요하다. 달작지근한 양념갈비 한점 입에 넣기 바쁘게 톡 쏘는 구수한 막걸리 한잔 곁들여야 포천에서 한 끼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 더, 민구가 이동막걸리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동'때문이다. 프랑스는 와인이 유명하다. 와인 라벨에 양조장 위치나 이름의 표기가 세부적일수 록 품질과 가격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보르도'까지 표기된 와인보다 '프랑스-보르도-마고-아무개 양조장'까지 표기된 와인이 대체로 좋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동'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경기도-포천시-이동면이 행정구역 순이고 이동면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갈빗집과 양조장이 각자의 브랜드를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것이 느티나무, 김미자할머니. 송씨 등 세련되지 못한 간판에 지나지 않더라도 이름값을 하기 위해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한우물만 파오고 있지 않은가. 그 노력과 세월이 켜켜이 쌓여 포천의 경쟁력이 됐고 이제 '포천-이동' 막걸리가 세계 시장으로 활개치며 나아가려 하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우리의 막걸리가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전에 한 잔이라도 더 마셔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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