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진정한 맛
하동의 진정한 맛
  • 고일봉 기자
  • 승인 2020.09.04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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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일대 전경. (하동군 제공)
하동 일대 전경. (하동군 제공)

 

19번 국도에서 만나는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고장 하동은 치타 슬로, 즉 슬로 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치타 슬로는 도시, 자연, 환경,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로 1999년 이탈리아에 처음 생긴 지역 제도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한 슬로 푸드 운동이 그 모태다.

우리나라의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과 장평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이 하동과 함께 슬로 시티로 인증받았다. 하동은 섬진강변이라 안개가 많고 일교차가 커서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기후와 토질을 갖추고 있다. 하동 내 차 밭 면적만 840헥타르에 이르고 70여개의 다원이 있어 전국 녹차의 4분의 1을 생산한다고 한다. 

차는 24절기 증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를 전후로 따기 시작한다. 찻잎 채취는 여름까지 이어지는데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가격도 그 순서대로 매겨지는게 일반적이다. 비탈진 차 밭을 비집고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따서 모은 찻잎은 당일 덖어야 한다. 볶아 익히는 게 아니라 넓은 솥에 찻잎을 넣고 손으로 쉬지 않고 뒤집어가며 말리듯 열을 쬐는 것이다.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가며 몇 번을 더 덖은 다음 유념을 한다. 유념은 잎을 손으로 비벼 모양도 만들고 잎에 상처를 내서 맛과 향이 잘 우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유념한 '구중구포'를 명차로 꼽는 데는 그만한 정성이 들어가서다. 차를 재배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설령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반복과 끈기와 인내를 몸에 익히게 된다. 그것이 오랜 세월 쌓이다 보면 깃털 같고 바람 같은 몸짓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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