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의 참맛, 강릉 꾹저구탕과 은어튀김
민물고기의 참맛, 강릉 꾹저구탕과 은어튀김
  • 고일봉 기자
  • 승인 2020.09.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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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도착하자마자 꾹저구탕을 먹자며 여행 내내 노래를 부르는 민구이에게 한마디 했다. "난 잘 알지도 못하는 새를 탕으로 끓여 먹는 것은 아니다"라고 , 꾹저구를 새로 알고 있었고, 만구이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라 대꾸도 없이 식당으로 나를 끌고 갔다. '민물고기 꾹저구탕'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사이 식당 벽에 번지르르하게 붙은 '꾹저구탕의 유래'가 눈에 띄었다. 

꾹저구[사진=농촌진흥청]
꾹저구 (사진=농촌진흥청)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강릉 연곡 지역을 방문했는데 이때 백성들이 대접한 음식이 꾹저구탕이다. 이 맛 좋은 민물고기 이름을 몰라 백성들이 송강에게 설명하기를 '저구새가 꾹 집어 먹은 고기'라 했다. 

순간 민구이의 얼굴에 벽보처럼 번지르르한 안도의 웃음이 거만하게 퍼졌다. 어쨌든 새가 아닌 꾹저구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전혀 없다. 다른 생선 매운탕과 달리 미리 생선을 푹 삶아 육수를 뽑아놓고, 삶은 생선은 뼈째 고운체에 내리고, 소금 대신 숙성시킨 고추장과 막장으로 간을 한다. 여기에 대파, 버섯을 툭툭 썰어 넣고 깻잎을 푸짐하게 올려 끓이면 완성, 얼큰하고 달작지근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감자밥을 말아 콧잔등에 부지런히 땀방울을 만들어가며 먹다 보면 한 그릇 비우기는 금방이다. 입가심으로 은어튀김을 빼놓을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수박 향이 난다는 은어 역시 민물고기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튀겨 먹는다. 뼈째 씹어 먹는 바삭함과 잘 익은 내장과 살코기가 어우러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꾹저구와 은어 모두 양식이나 수입이 안 되는 자연산이라 강릉 연곡이나 양양에 가면 바다보다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바로 꾹저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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