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별미 도치 곰치 장치
동해안 별미 도치 곰치 장치
  • 오신기 기자
  • 승인 2020.09.09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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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알탕. (사진=한국관광공사)
도치알탕. (사진=한국관광공사)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이는 강원도 동해안의 별미 삼총사 도치, 곰치, 장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치' 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비늘이 없는 생선을 말하는데 셋 다 비늘이 없고, 대단히 못생겼고,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고, 겨울이 제철이며, 아주 맛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치는 '뚝지'라고도 부르고 심통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심퉁이'라고도 부른다. 놀라면 복어처럼 동그랗게 몸을 부풀리고, 배 부분에 빨판까지 달려 있어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지경이다. 하지만 회를 쳐놓으면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과 고소함이 일품이고 알 요리는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장남감 총알로 유명한 일명 '비비탄'만 한 알이 암컷 배에 꽉 들어차는 2월이 살도 지고 고기 맛이 가장 좋을 때다. 묵은 김치와 생선 살, 알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찜처럼 쪄 먹기도 하고 탕으로 시원하게 끓여 먹기도 한다. 

알이 촘촘하게 가둑 흩어진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오도독거리며 고소함을 터뜨리는 알과 밥을 씹는 재미와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어부들은 잡은 도치를 엮어 바닷가 찬 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 찜통에 쪄 먹어야 제 맛이라는데 채 마르기 전 생물로 먹어치우기 일쑤라 말린 도치 맛을 보기란 쉽지 않다.

도치의 심통스러운 생김새까지는 귀엽게 봐줄 수도 있다면 곰치는 두려움이 엄습할 만큼 험상궂은 꼴을 하고 있다. 물텀벙이라는 이름도 있는데, 어부들이 잡았을 때 재수 없다고 해서 다시 물속에 던져버린 데에서 붙은 이름이니 얼마나 보기 싫게 생겼는지 알 만하다.

물메기, 물고미, 물미거지, 물곰, 꼼치라고도 부르는데 강원도 동해안 등지 어부들의 속풀이용 해장국 재료로 가장 인기 있는 생선이다. 고성, 속초, 양양에서는 파, 마늘, 무를 넣고 시원하게 맑은 탕으로 끓여 먹고 동해, 삼척, 울진에서는 묵은 김치로 얼큰한 맛을 내 먹는다.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흐물거리는 살은 국물에 들어가면 말캉말캉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살집이 많아 양도 푸짐하다. 곰치 역시 바닷바람에 말려 먹는 맛이 훨씬 좋다고들 어부들은 말하지만 이 역시 맛보기가 쉽지 않다.

거대한 올챙이 같은 장치의 또 다른 이름은 '벌레문치'다. 어디서 이런 이름이 유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벌레'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아 반갑지 않게 생겼다는 것은 앞의 두 놈과 매한가지다. 노잔치, 노생이, 노대구라고도 하는데 비린내 없는 도치, 곰치와는 조금 다르다. '바다의 돼지'라 부를 만큼 기름기가 많아 말려서 기름기를 뺀 다음 요리해 먹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내장을 제거한 뒤 맑은 물에 10시간 정도 담갔다가 3~5일 동안 햇볕과 바닷바람에 말리면 하얗던 몸 색깔이 붉어졌다가 다시 하얘진다. 

잘못 말리면 붉은 색으로 남고, 너무 추운 데서 말리면 살이 푸석푸석해져 맛이 떨어진다. 잘 말린 장치는 노르스럼한 살구 빛을 띠며 육질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이것을 쪄서 얼큰한 양념을 넣고 조려 먹는다. 간이 밴 졸깃하고 토실토실한 살을 맛보고, 구수함이 우러난 국물에는 밥을 비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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