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비밀인 '듬부기'
누구에게도 비밀인 '듬부기'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9.10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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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 황홀함을 나눠주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나만 아는 비밀로 묻어두고 싶을 때도 있다. 눈을 가리고 식당까지 데려간다든지, 음식재료를 비밀에 부친다든지, 이런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는데 바로, 진도의 '듬북국'이 그랬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해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왠지 싫은 것은 최근 듬북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들어서일 것이다. 

'듬북' '뜸북' '듬부기''뜸부기'라 부르는 진도의 이 보물은 모자반과의 해조류로 흔히 보는 돌톳과 비슷하게 생겼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주로 자라는데 현재는 조도나 나배도까지 가야 채취할 수 있는 데다 대부분 일본에 수출해 맛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진도에서 듬북국을 제대로 끓여 팔고 있는 궁전식당의 조기홍 사장은 5~6월 바위에 붙은 듬북을 직접 채취해 말려두었다가 1년 내내 사용한다고 한다. 

옛날 진도에서는 집안 경조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고 남은 뼈를 고아 그 국물에 듬북을 넣고 끓여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물에 잘 불어나는 해초라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 많은 양을 끓여두고 하루 종일 손님 대접하기도 좋았다. 또한 개운하고 시원한 맛으로 안주나 해장국으로도 사랑받았으며 나물로 무치거나 굴, 바지락 등을 넣고 볶아 종종 상에 반찬으로 오르기도 했단다. 

진도에서 듬북을 구할 수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사 오길 권한다. 말린 듬북은 너무 바스라지지 않고 모양이 잘 잡힌 단단한 것으로 고르도록, 운이 좋아 생것을 구할 수 있다면 잎 속에 공기가 차 볼록한 것을 고른다. 좋은 듬북은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다. 

집에 가져와 바싹 말려 보관해두었다가 소·돼지·닭 뼈나 멸치·다시마·조개 등을 우려 만든 국물에 듬북을 넣고 팔팔 끓여 간만 하면 요리가 끝난다. '듬북'이 기대 이상으로 무궁무진하고 깊은 맛을 선사할 테니 재료의 다양성이나 조미의 욕구는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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