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빈발하는 대학 내 성폭력…국회도 입법 대책 고심
갈수록 빈발하는 대학 내 성폭력…국회도 입법 대책 고심
  • 뉴시스
  • 승인 2020.10.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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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교원 징계, 교육청 감시 강화…실효성 의문
대학 인권센터, 대학 특수성 반영…설치 의무 아냐
전문가들 "핵심은 징계위·인권센터의 독립성 강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올해도 정치권에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과 미흡한 가해자 징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35개 국립대에서 최근 3년간(2017~2019년) 대학내 성희롱·성폭행 사건은 391건 발생했으며 특히 교수와 학생 간 권력형 성폭력이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김철민 의원은 서울대학교의 교원 성비위 사건 처리에 평균 8개월이 넘게 걸려 '30일 이내 징계의결'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대학 성비위 사건이 4년제 대학에서 109건, 전문대학에서 4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학 성폭행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증가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시즌에도 마치 '국감 단골메뉴'처럼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재현되면서 국회가 이번에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하는엄마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14
정치하는엄마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14

◇성폭력 교원 징계 강화…학생 간 성폭력은 사각지대

국회에서는 입법적 해결책으로 성비위를 일으킨 교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주로 추진됐다.

앞서 지난 2017년 서문여중 성추행 파문 이후 학교법인이 교육청의 징계권고를 무시하고 경고조치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거셌다.

이에 지난해 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원의 해임이나 징계요구, 재심의 요구를 하는 경우에 임용권자가 이를 따르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사립대학교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데 4년제 대학 77.8%가 사립학교인 만큼 큰 폭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성(性) 관련 비위를 징계사유로 하는 경우 징계의결 기한을 60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해임이나 재심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맹점이 있다. 제도 시행 후 교원 징계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국감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원 징계 강화의 경우, 학생과 학생 간의 성폭력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모바일 환경이 정착되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이 메신저 앱을 통한 음란물 촬영 등의 성범죄도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라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09.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권인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4.09.

◇대학인권센터,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있을까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처벌하는 사후 처리 방식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대학 인권센터' 설치도 거론되고 있다.

대학 인권센터는 2015년 교수가 지도 대학원생에게 인분을 먹인 이른바 '인분교수 사건'을 계기로 나온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본격적으로 설치됐다.

성희롱·성폭행 사건 등은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 인권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한 범죄가 아닌 애매한 권력형 성추행과 성적 차별 문제 등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특수성에 맞는 인권구제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학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현재 전국 238개 대학·대학원 중 89개 대학에만 인권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그 역할과 위상도 제각각이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대학 내에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추천위원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학내 창구를 만든다는 차원"이라며 "인권센터를 설치해도 성폭력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고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인권센터 설치만으로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일어난 교수 성추행 사건의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는데 학내 인권센터가 절차와 징계 권고 수위를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교원징계위원회 개선 촉구 및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8.27.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교원징계위원회 개선 촉구 및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8.27.

◇징계위원회·대학인권센터 독립성 강화가 핵심

전문가들은 징계위원회와 대학 인권센터 설치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논문 '대학 인권센터의 의의와 과제'에서 인권센터에 총학생회나 대학 평의원회 등 학내 대표기구에서 동의하거나 추천한 인사가 들어가면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단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징계위원회에는 학교 내에서 보직을 맡은 교수들이 많은데 이들은 학교 위상과 명예 등을 고려해 문제를 좋게 넘어가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키려 하거나 교수(가해자)에게 더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교수의 위신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 교수사회 내의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징계위 내에 학생과 외부 전문가가 과반 이상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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