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정형외과 女전공의 안뽑은 국립대병원 5곳…"성차별 심각"
11년간 정형외과 女전공의 안뽑은 국립대병원 5곳…"성차별 심각"
  • 뉴시스
  • 승인 2020.10.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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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10곳 정형·신경·성형외과 특히 적어
"체력보다 인기 전공과에 남성 카르텔 형성돼"

]김정현 기자 = 부산대, 경북대 등 국립대병원 5곳이 11년간 여성 정형외과 전공의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특정 전공과에서 여성을 거의 뽑지 않고 있어 실태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6일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국립대병원 전공과 전공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1년간 정형외과 전공의 1251명 중 여성은 35명(2.8%)에 불과했다.

권 의원은 앞서 2010년부터 올해까지 11년간 서울대병원 전체 전공과 전공의 현황을 분석하고, 여성 전공의 비율이 가장 적은 비뇨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전체 국립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전공의 비율은 이들 병원에서 정형외과가 가장 적었으며 비뇨기의학과(3.9%), 신경외과(5.8%), 성형외과(12.5%), 재활의학과(28.6%) 순으로 조사됐다.

정형외과의 경우 부산대·강원대·충북대·경북대·제주대 5개 병원은 11년간 여성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권 의원은 "부산대·강원대·경북대병원은 같은 기간 여성 전문의와 전임 전임의조차 뽑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경외과는 조사 기간 동안 10개 병원에서 누적 634명의 전공의가 일했다. 이 중 여성은 37명인데, 부산대·충북대·충남대·전북대·전남대 5개 병원에서는 11년간 여성 전공의를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남대·경북대·제주대 3개 병원도 같은 기간 성형외과 여성 전공의가 없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충북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는 11년간 여성 전공의를 선발하지 않았으며, 경북대 재활의학과는 매년 여성이 1명을 넘지 못했다.

한국여자의사회가 지난 2018년 전국 1174명 남녀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계 양성평등 현황' 설문에서는 응답자 39.7%가 "전공을 선택하는 전공의 선발 단계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가운데 52.6%가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밝혀 남성 16.9%를 크게 앞질렀다.

같은 해 국가권익위원회와 인권의학연구소가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의대생 35.1%가 성별을 이유로 교수 등에게 '전공과목 선택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거나 커피 심부름 등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여성 전체 응답자 중 58.7%, 남성은 17.7%가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조사됐다.

권 의원은 "전공의들을 면담한 결과 체력보다 인기 전공과에 남성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고 보여진다"며 "성별을 이유로 환자 진찰이나 참관 기회를 제한받는 등 기술을 익힐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어 성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달 중 교육위에서 진행되는 국립대병원 국정감사를 통해 의료계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 성인지 교육, 인권기구 설립, 전공의 선발과정 투명성 확보 등을 주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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