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 독감 백신 문제 없다지만…국민 불안 해소 미지수
상온 노출 독감 백신 문제 없다지만…국민 불안 해소 미지수
  • 뉴시스
  • 승인 2020.10.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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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자 없다" 발표 후 3045명 뒤늦게 확인
검사·수거 백신 전량 폐기 안해…불안 증폭
운송 문제된 신성약품, 수거·재공급도 담당
트윈데믹 방지 위해 독감 백신 접종 중요해
유료 물량으로 몰리면 백신 부족해질 우려도
"수거한 백신, 폐기한다고 정확히 알려줘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과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상온 노출 의심 인플루엔자 백신 품질검사 및 현장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정 청장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2020.10.06.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과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상온 노출 의심 인플루엔자 백신 품질검사 및 현장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정 청장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2020.10.06.

정부가 상온 노출 등 불량이 의심되는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백신 조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장 다음주부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느냐가 원활한 예방접종 진행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플루엔자 백신 품질검사·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하자 온라인 상에서는 백신의 안전·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아이디 bb53****은 "(상온 노출도)문제가 없는데 왜 냉장 유통을 하나. 문제가 없으면 고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tksd****는 "일반적으로 먹는 것도 품질이 변질되면 교환을 하는데 상온에 노출된 백신 접종을 그대로 재개한다면 피할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 검사 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효능에 우려가 있어 48만도즈의 백신을 수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견된 백신이 있다면 그 백신이 운송된 차량 내 물량을 모두 회수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데에는 당국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오늘(22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대상자용 물량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접종이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6일 오후 4시 기준 총 16개 지역에서 3045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25일까지는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10월2일까지 12건의 이상반응이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에 당국은 품질검사를 했던 백신들을 전부 수거하지는 않을 방침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거대상 백신물량이 있는 지역은 서울, 대구,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11개 지역이다.

품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온 백신은 폐기하지 않고 상온에 노출됐거나 0도 이하로 보관되는 등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백신만 수거할 예정이다. 수거를 한 백신도 당장 폐기를 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부가 의료현장에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공급하지 않았던 잔여 백신 물량 배송을 이번에 문제가 된 신성약품이 다시 맡는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48만도즈의 수거도 신성약품이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조달계약을 맺은 곳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거둘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백신 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느냐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방지하기 위해 백신이 있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정부가 공급하는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료 접종을 맞겠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올해 정부는 지난해보다 500만명분 정도를 늘려 2940만명분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마련했는데 이중 민간 유료 접종 물량이 약 1200만명분이다.

작년보다 500만명분이 늘었으나 이번에 48만명분이 수거됐다. 또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취약계층 105만명도 접종 대상자에 신규로 포함된다. 이 105만명은 민간 유료 접종 물량을 맞으면 정부가 비용을 보전하게 된다.

백신 물량 500만명분이 늘었으나 약 150만명분이 수거 또는 신규 진입으로 사용돼 여유분이 350만명분 정도다. 지난해 민간 유료접종을 받은 인원은 950만명 정도인데, 올해 코로나19와의 트윈데믹을 우려해 접종자가 많아지면 유료 접종 물량이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방역당국은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검사가 진행됐다며 과도한 불안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다음주부터는 접종이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과학적인 검증절차를 거쳐서 접종이 재개되는 만큼 이 물량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갖지 마시고 예방접종을 받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브리핑이 이해가 안 되는 국민 중에는 국가 예방접종을 꺼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상온 노출된 백신은 회수하면 폐기하겠다고 정확히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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