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렘데시비르, 코로나 효과 無"…질병청 "검토해 내일 설명"(종합2보)
WHO "렘데시비르, 코로나 효과 無"…질병청 "검토해 내일 설명"(종합2보)
  • 뉴시스
  • 승인 2020.10.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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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국가 500개 병원서 연대 실험 진행
"사망률 절감·입원기간 단축 등 효능 없어"
덱사메타손, 확진자에 효과 보인 유일 약물
국내 611명 투약…질병청, 전문가 의견 검토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보인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의 향후 3개월 생산 분량을 독점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세계 각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한 연구자가 렘데시비르 약물을 살펴보는 모습으로 제약사인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드가 AP통신에 제공한 것.

임재희 양소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용한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환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가 나왔다.

제약사인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동료 검토도 이뤄지지 않는 연구"라며 WHO의 연구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렘데시비르는 국내에서도 6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투약된 가운데 한국 방역당국은 WHO 발표 등을 전문가들과 검토해 17일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WHO는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연대 실험을 진행한 결과 "렘데시비르는 중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는 효과도 없었다고 WHO는 발표했다.

WHO의 연대 실험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다국적 임상시험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번 실험에는 렘데시비르를 포함해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등의 효능 연구가 함께 진행됐다.

WHO는 "이들 네 가지 약물 중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 치료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WHO는 지난 6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가 코로나19 환자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나머지 후보 치료제의 연대 실험을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30개국 500개 병원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WHO의 이번 연구결과는 공식적으로 게재된 논문이 아니다. 동료 학자들의 검토 역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WHO의 연대 실험 결과는 동료 검토 전에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실험은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된 무작위 표본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임상 연구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5월 렘데시비르 투약을 받은 환자들의 증상 개선 확률이 일부 확인됐다며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길리어드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397명에게 렘데시비르를 5일간 투여한 결과, 최소 50%가 증상이 개선되고 2주 안에 절반 이상이 퇴원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FT는 이날 공개된 WHO의 연구에 따라 현재 코로나19에 효능을 보인 약물은 항염증 치료제 덱사메타손이 유일해졌다고 보도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의 연구에서도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치료 기간 렘데시비르와 함께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로 국내에 특례 수입된 렘데시비르를 공급받은 환자는 총 611명이다.

한국 방역당국은 그간 렘데시비르 효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고 있는 국내에선 투약군과 비투약군을 구분해 임상 경과 등을 비교하기 어려워 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특례 수입을 결정하고 사용해와 자체적으로 투약 효과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의학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산소 호흡기 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의 사망률이 7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곽진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산소치료를 받는 분 중에서도 낮은 단계의 산소치료를 받는 분들만 유의한 효과가 확인됐다"며 "인공호흡기, 고유량 산소요법 같은 높은 단계의 중증도를 보이는 분들은 치명률 감소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번 WHO 발표와 관련해 방대본 관계자는 "해당 WHO 자료는 어제(15일) 발표됐고 질병관리청에서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내부 및 국내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하여 내일(17일) 브리핑시 관련 내용 종합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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