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형제를 둔 아이를 대하는 법
장애인 형제를 둔 아이를 대하는 법
  • 지태영 기자
  • 승인 2020.10.20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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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고 감정이 없지 않다. 표현을 잘 못 할 뿐이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속상하고 화나고 분노하고 우울하고 기쁜 감정들이 무지갯빛처럼 다채롭게 떠오른다.

아픈 자녀를 돌보느라 놓칠 수 있는 건강한 자녀들의 감정을 살피고 물어보자.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형이 힘드니까 동생이 당연히 양보하고 참아야지'와 같은 말을 자주 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닫을 것이다. 화가 나고 힘든 감정도 인정하고 그러한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픈 자녀들에 신경 쓰느라 중·고들학교 졸업식에 부모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비장애인 자녀들은 기념일 등에 오지 못한 부모를 이해할 만큼 삶을 보는 관점이 넓지 않다.

아픈 자녀들에 비해서 건강한 것일 뿐이지 상처받고 소외당한 감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아픈 자녀가 사소한 변화를 보일 때에는 웃고 손뼉치면서 건강한 자녀가 성적이 오르거나 상을 받는 등의 일을 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전절한 칭찬과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공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가족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터놓고 밝힐만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자신과 유사한 가족은 없어 보이고 의논할 곳도 정보도 찾을 수 없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모임, 정보들은 비교적 접하기 쉽지만, 비장애인 자녀들을 위한 채널은 찾기 힘들다.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모임 등을 찾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공감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종종 비장애인 형제자매 중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돌봄을 전가하고 책임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책임감은 가능한 한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며 단순히 성별만으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자녀가 한 명이든 열 명이든 각자는 존중받아야 마땅할 작은 우주라고 생각한다. 그 모양도 크기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아프다고 해서 나머지의 우주가 전적으로 희생하고 무시당해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빛날 수 있으려면 각자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아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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