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끝난 추석연휴 확진 8건…방역성공 아닌 조용한전파 확산 전조
잠복기 끝난 추석연휴 확진 8건…방역성공 아닌 조용한전파 확산 전조
  • 뉴시스
  • 승인 2020.10.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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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국민 협조와 각종 대비로 큰 유행 방지"
감염경로 미궁 아직 14%…방역망 관리율 80%↓
서울 선제검사 3명 확진, 인구수 대비 3천명 추산
"추석방역 성공평가 힘들어…긴장 끈 놔선 안돼"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귀경객 및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0.10.04.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귀경객 및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0.10.04.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귀성·귀경 등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사례가 8건으로 파악됐지만, 전문가들은 '조용한 전파'가 지역사회 내 잔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주목된다.

감염이 됐더라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증상 감염자 때문인데,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이 밀집한 시설에 감염이 전파될 경우 인명피해가 우려돼 접촉 등 관리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파악한 추석 연휴 귀성·귀경 관련 확진 건수는 총 8건이다. 확진자는 44명이다.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이어진 추석 연휴기간 감염은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14일을 고려하면 18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18일 검사결과는 19일 통계에 반영된다.

그간 방역당국이 파악한 추석 연휴 귀성·귀경 감염은 ▲서울→부산 이동 사례 ▲경기→인천 이동 사례 ▲경기→경남 이동 사례 ▲전북 정읍 일가족 모임 ▲경기 화성 일가족 모임  ▲대전 일가족 모임 ▲대전 벌초 관련 모임 ▲경기 동두천 일가족 모임 등이다.

귀성·귀경 감염은 그간의 우려와 이동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었던 9월20~26일 신규 집단발생 건수가 16건,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27일~10월3일 신규 집단발생 건수가 13건, 추석 일주일 후인 10월4~10일엔 18건이었는데 추석 이후 2주차인 10월11~17일 신규 집단발생 건수는 7건에 불과하다.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이동 인원은 지난해보다 20%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3116만명에 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9일 "저희가 각종 대비를 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적극 참여해주셔서 추석 연휴기간으로 인한 대량의 발생,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였다. 국민 협조를 통해 큰 규모의 유행은 방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석 연휴 방역을 성패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300명대 폭발적인 발생이 없는 걸로 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50명 미만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떨어진 것도 아니다"라며 "코로나19는 늘 현재진행형이어서 한 시점을 딱 잘라 성공과 실패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인 무증상 감염이다. 확진자 본인이 증상을 느끼지 못해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이 확진자가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감염 전파가 발생한다.

최근 2주간 신고된 1112명의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158명으로 전체의 14.2%다. 방역당국의 목표치인 5%를 약 3배 초과한 상태다. 신규 확진자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방역망 내 관리 분율도 방역당국의 목표치인 80% 미만이다.

'조용한 전파'에 의한 감염자 수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에서 6월15일부터 10월16일까지 실시한 1만541명 대상 시민 선제검사 결과에서는 3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서울에서 한 검사가 항체검사가 아니라 PCR(유전자 증폭) 검사여서 놓친 사람도 있을텐데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건 서울의 인구와 대입해보면 확진자가 3000명 정도는 된다는 의미"라며 "이런 걸 생각하면 추석 귀성 집단감염 8건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이후 무증상 감염자가 일상에 복귀해 접촉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감염자도 증가하게 된다.

질병청과 건국대학교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밀접접촉자 수가 하루 평균 100명이던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만난 사람 수를 나타내는 접촉율을 기준으로 현재 수준인 32%를 유지해도 2주 뒤 50~60명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한다. 이 접촉율이 8월 초·중순 수준인 67%로 늘어나면 2주 후 신규 확진자 규모가 160명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감염의 여파는 고위험군이 밀집한 의료기관 내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추석 이후 부산 해뜨락요양병원, 경기 광주 SRC재활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태다. 두 집단감염의 지표환자는 간호조무사와 간병인 등 종사자다.

천은미 교수는 "어디선가 감염이 됐어도 그걸 모르니까 환자를 보면서 감염을 전파시키고 시설 내에서 퍼지다가 열이 나거나 사망자가 나오면 그때 가서 검사를 하게 된다"며 "검사를 하는 시점에는 이미 몇십명에게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요양병원과 재활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추석 방역을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힘들다"며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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