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흔들 때 아니다"…갈등설 봉합했지만 '오월동주'
"김종인 흔들 때 아니다"…갈등설 봉합했지만 '오월동주'
  • 뉴시스
  • 승인 2020.10.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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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당 원로·중진과 회동하며 소통 보폭 넓혀
리더십에 문제 제기하던 중진들 "위원장 중심 협력"
김종인 外 대안 없는 현실론…재보선 리스크 회피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 불만을 나타냈던 당 중진들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당내 불협화음도 당분간은 사그라들 전망이다. 그러나 온전한 갈등 봉합 모양새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다선 의원들의 지지를 얻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리더십에 난 생채기를 추스리고 한숨 돌리게 됐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온전한 재신임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오히려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당내 인사들을 평가절하하는 '뺄셈 정치'가 최근 당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자 몸을 한껏 낮췄다.

지난 20일에는 당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원로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은데 이어, 21일에는 중진의원들과 만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 간 연석회의는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되는 정례 회의이긴 하지만, 지난달 9일을 끝으로 한 달 넘게 열리지 않다가 국감 기간에 잡힌 일정이다.
 
이처럼 이틀 연속 '소통 보폭'을 넓히는 행보는 이례적인 편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근 당 내 불만 세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1.

김 위원장이 소통에 공을 들이자, 정진석·권영세·박진 의원 등 당의 고참들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여권발로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비대위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흘러나올 경우 자칫 내부 분열만 부채질하는 자중지란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진 맏형 격인 5선 정진석 의원은 재·보궐 선거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일대오로 뭉쳐야 하고 더욱 응집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당 지도부에게 아쉬운 말씀들도 하시지만, 103명 소속의원 중 절대 다수 의원들은 지금의 비상체제 지도부를 지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김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중진들 사이에서) 위원장 중심으로 더 노력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갈등설을 진화했다.

김 대변인은 "당내 각기 다른 의견이 개진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토론하는 과정은 매우 건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등 엄중한 상황을 앞두고 갈등으로 비쳐지는 부분들은 당이 선제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한 더 큰 힘을 응집하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0.10.20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0.10.20

중진들이 김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태세를 전환한 배경에는 현실적으로 김 위원장을 대제할 만한 인물이나 대안이 지금 시점에선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비대위를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수장을 앉히려 할 경우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처럼 계파나 이해관계에 얽혀 당이 다시 내홍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재·보궐 선거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일부 중진들이 당권에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보궐선거 이후 대선 정국이 시작될 무렵 당권을 잡고 킹메이커가 되길 더 원한다는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후보군이 불투명하고 선거 승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과 재·보선을 5개월여 남은 시점에 당권을 잡을 경우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사실상 김 위원장을 재신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김종인 비대위에 제동을 걸 타이밍이 아닐 뿐,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든지 반기를 들고 당의 주주로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선 조경태 의원은 "현재의 비대위로는 더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12월이나 1월 초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고, 4선 김기현 의원도 김 위원장 면전에서 "뺄셈 정치가 아니라 곱셈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김 위원장에게 껄끄러운 탈당 의원들 복당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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