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남부지검장 사의 만류…"사기꾼 말에 이런 소란이"
검사들, 남부지검장 사의 만류…"사기꾼 말에 이런 소란이"
  • 뉴시스
  • 승인 2020.10.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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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표명 글에 댓글
"수사기록 휴지조각 취급…장관도 동조"
사의 만류도…"누군가 잔 받아야 할 것"
검찰 내부 망에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의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이 22일 청사에서 점심식사 후 이동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등에 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하며 사의를 밝힌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에 대해 후배 검사들이 사의를 만류하고 나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박 지검장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엔 45개의 댓글이 달렸다.

앞서 박 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추 장관을 비판하고 사의를 밝혔다.

이에 검사들은 "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다",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세 치 혀로 공중분해시킨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쪽 수사기록은 휴지 조각 취급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한다.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은 이에 동조한다"는 등의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 검사들은 "사직의 뜻은 거둬주기를 간청드린다", "정치검사가 아니란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사직의 뜻은 철회해달라"며 사의 표명을 만류하기도 했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평 검사 때부터 20여년간 봐왔기에 형님의 진정성을 믿는다"며 "정치 검사가 아니란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사직의 뜻은 철회하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및 사과 요구 이후 처음으로 윤 총장을 지지하는 의견을 남긴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용기 내서 글 올려주신 것 감사드린다"라며 "검사장님이 중심을 잡고 라임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직의 뜻은 거둬주길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낸 이영림 대전고검 검사는 "개인의 수인 한계와 검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에 너무나 힘이 드셨을 것 같다"면서 "사직 의사는 거둬줬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온 박철완 안동지청장은 "검사장님이 잔을 피하시면 누군가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잔을 피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검사는 "눈물이 나는 상황이고 눈물이 나는 말씀"이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검사는 어떤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배워 왔다. 지금 그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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