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우승 노릴 적기"···큰물 WNBA에서 껑충 성장한 그녀
박지수 "우승 노릴 적기"···큰물 WNBA에서 껑충 성장한 그녀
  • 뉴시스
  • 승인 2018.10.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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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농구 경험한 박지수, "KB국민은행 첫 우승" 각오
외국인 선수 출전 못하는 2쿼터에 위력 커질 듯
여자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박지수(20·196㎝·KB국민은행)

"지난 시즌이 우승 기회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이번이 또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자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박지수(20·196㎝·KB국민은행)가 팀 창단 이래 첫 우승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박지수는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정규리그를 마치고,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출전으로 쉴 틈이 없었던 박지수가 다시 공을 잡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패배가 너무 아쉽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우리가 우리은행에 앞섰지만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치러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승을 향한 의지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실업농구 시절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프로 출범 이후에는 우승이 없다. 2016~2017시즌 박지수가 입단하면서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WNBA에 도전했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32경기에서 평균 13분을 뛰며 2.8점 3.3리바운드 0.9어시스트 0.6블록슛을 기록했다. 

국내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세계에서 제일 큰 무대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원정 경기일 때는 호텔 생활을 하지만 시즌을 준비하거나 홈경기일 때는 출퇴근, 식사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졌다"고 전했다.

추상철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준결승 남북단일팀과 대만의 경기가 열린 30일(현지시각)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경기장에서 남북단일팀 박지수가 슛을 하고 있다. 2018.08.30.
추상철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준결승 남북단일팀과 대만의 경기가 열린 30일(현지시각)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경기장에서 남북단일팀 박지수가 슛을 하고 있다. 2018.08.30.

 

조리 경험이 없는 박지수는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음식 만드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 한인마트에서 김치, 고추장 따위를사다가 김치찌개, 떡볶이를 자주 해먹었다.

 "집에 있을 때는 계속 요리를 해 먹었는데 원정을 가면 그럴 수 없다.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뱃살이 좀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특히 코트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국내에서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그러나 달랐다. 

 "외국인 선수 1~2명이랑 뛸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거기서는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가 외국인 선수"라며 "키도 크고, 힘도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심지어 상대팀 작은 가드 선수들이 스크린을 해도 처음에는 힘이 너무 세 당황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WNBA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하나인 엘리자베스 캠베이지(203㎝·호주)와의 대결에서는 자괴감이 들 지경이었다. "전에 말로만 듣고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며 "키가 커도 너무 크더라. 옆으로도 크다. 스피드가 좋은 편은 아닌데 힘이 워낙 좋아서 스피드의 약점을 보완하고도 남는 모습이었다"며 "처음 부딪히고 '어렵겠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많은 출전 시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팀원들과 감독님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기량도 기량이지만 심리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정말 편한 농구만 했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미국에 간 초반에 내가 출전하면 기사가 나오더라. 경기 후 기사와 댓글을 보고는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아서 안 보기 시작했다. (악플을) 이겨내는 방법을 익혔다"며 한결 의연해졌다.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남북단일팀과 태국의 8강전 경기. 박지수(왼쪽)가 강이슬, 김소담(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8.26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남북단일팀과 태국의 8강전 경기. 박지수(왼쪽)가 강이슬, 김소담(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8.26

남북단일팀으로 참가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단일팀은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WNBA 일정 탓에 합류가 늦어진 박지수를 놓고 이런저런 입방아가 많았다. 혹사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때다. 

박지수는 "솔직히 너무 부담이 많았다. '내가 갔는데 팀에 피해가 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가장 많았다.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주위에 내색하지는 않았는데 (임)영희(우리은행) 언니가 불안해하는 것을 봤다. 처음 자카르타에 가서 훈련장에 가는데 언니가 '네가 와서 좋으면 좋았지 피해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줬다.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북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결승전에서 아쉬웠지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었다. 값지게 생각한다. 북한 선수들과 헤어질 때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글을 써서 유니폼을 나눠가졌다"며 "(로)숙영 언니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되길'이라고 써줬다. 기억에 남는다. 나와 동갑인 (김)혜연은 선수촌 식당에서 선수들끼리 가진 환송식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많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미국을 경험한 박지수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대회를 통해 수비와 리바운드의 적극성과 몸싸움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2쿼터에는 외국인 선수가 출장할 수 없다는 것이 박지수와 KB국민은행에게 호재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변경된 가운데 2쿼터에서는 국내선수들만 뛰도록 규정을 바꿨다. 

박지수,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박지수,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지난 시즌 평균 14.2점 12.9리바운드 2.5블록슛 3.3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수의 위력이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러나 박지수는 "결국 상대성이다.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팀 역시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꼭 우승하고 싶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이 기억에 남는만큼 (우리를 이긴) 우리은행을 상대로 이기고 싶다. 대표팀에서는 영희 언니가 고마웠지만 승부에서는 이기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는 11월3일 개막한다. KB국민은행은 11월4일 용인 삼성생명을 상대로 첫 경기를 벌인다. 청주실내체육관에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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