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3억원 유예?…동학개미 '촉각'
대주주 3억원 유예?…동학개미 '촉각'
  • 뉴시스
  • 승인 2020.10.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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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장관 해임 청원 22만명 동의
민주당 당사 앞 시위 등 집단행동도
'유예'로 기운 여당, 다음주 초 발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자비 기자 =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기준 문제를 두고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하락장에서 증시를 지탱하며 영향력이 커진 동학개미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도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5일 올라온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은 전날 기준 22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한달 내 20만명 이상이 청원하면서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의 답변을 듣게 됐다.

이 청원인은 "대주주 3억원 요건에 대해 국민 여론과 대통령의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대주주 3억원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며 "기관, 외인과의 불평등한 과세를 기반으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기준 변경 철회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전날 여당 의원들에게 항의 이메일, 문자를 보내는 행동에 나선데 이어 오는 2일에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주식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누리꾼은 "돈이 몇배가 더 풀리고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더 적은 금액으로 대주주가 되는 것이 형평에 맞는가"라며 썼고, 또다른 누리꾼은 "지분율로 논의해야 한다. 세심하게 살펴서 올바른 결론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이 올해 10억원에서 내년 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기재부는 3억원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가족합산 기준을 개인별로 전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시장 반응은 차갑다. 과거보다 경제가 커진 상황에서 기준이 비현실적이고,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물 폭탄에 개인투자자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정치권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회복 배경으로 꼽히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해제될 예정이었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6개월 연장됐고, 앞서 금융 세제 개편안도 대폭 수정됐다.

대주주 기준 이슈에서도 여당이 정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채널 '씀'을 통한 특별 대담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양도세 관련 댓글이 쇄도하자 "며칠 안에 결과를 여러분이 듣게 될 것이고, 방향은 여러분들이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조치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협의를 거쳐 다음주 초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전망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혹시 절충안이 나온다면 생색내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10억원 기준을 유지해야 지금 10여년 동안 이어져온 박스피 장세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여당이 주식 시장을 죽이지 않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3억원 기준으로 변경시 대주주 판단 기준일인 연말 개인투자자의 일시적인 매도 물량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3억~10억원 미만 보유 주주수는 8만861명, 보유 금액은 41조583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 변화가 있었던 2017년말(25억→15억원)과 2019년말(15억→10억원)에는 각각 5조1000억원, 5조8000억원의 매도세가 발생했다. 2017년말 당시 15억 이상 25억 미만 보유 주주의 주식총액이 7조원, 지난해 말 10억원 이상 15억원 미만 보유 주주의 주식총액이 5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억~10억원 구간 주주들이 신규 대주주로 편입될시 매도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에 포함되는 늘어나는 투자자가 과거보다 많다는 점에서 더 큰 매도 물량이출회될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주식시장이 약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올해 연간 누적 개인은 순매수를 기록했고, 대주주 범위가 과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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