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초고가 급매 늘고…동북권 중저가 거래 늘고
강남권 초고가 급매 늘고…동북권 중저가 거래 늘고
  • 뉴시스
  • 승인 2020.1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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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공시가 현실화 등 세금 부담 우려로 매물 쌓여
중저가, 전세난에 저가 소형 수요 쏠림에 거래도 재개
"전세난에 중저가 상승 압력 받겠지만…거품에 주의"

이인준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윗목' 초고가와 '아랫목' 중저가의 온도차가 나는 이원화된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는 내년부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양도소득세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로 세금 부담이 급가속할 것으로 예상되자 매물이 쌓이고, 급매물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증가하고 신고가 경신이 지속되는 등 엇갈린 모습이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나타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에 일부 매매 전환 수요가 발생하며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아파트 등에 수요 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온라인 부동산 포털에 올라온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오전 현재 4만5683건(중복매물 제외) 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공청회'가 열린 지난달 27일(4만2932건) 대비 아흐레 동안 6.4% 늘었다.

특히 공인중개사가 '급매'로 표기해 올린 서울 아파트 매물도 같은 기간 2284건에서 2563건으로 12.2%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이 기간 급매물 증가 지역은 서초구(306→382건), 강동구(178→207건), 강남구(265→287건), 송파구(221→239건) 순으로 많이 늘었다. 모두 지역 내 초고가 아파트가 많은 이른바 강남4구 지역이다.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각종 세금 부담 걱정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자 조금씩 눈높이를 낮추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억원 이상 호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매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전용 110㎡는 23억4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9월초 27억4000만원 대비 4억원 낮은 금액에 거래가 체결됐다.

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은 금주도 0.01% 하락해, 2주 연속 소폭 내림세다. 서초구·강동구는 보합(0.00%)을 유지했으며 송파구(0.01%)는 일부 지역 중소형 평형 위주로 상승세가 제한적이다.

반면 일부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값은 거래가 재개되면서 호가도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10월 매매 거래량은 거래일 기준 2683건으로, 지난달 3764건 대비 28.7% 줄었다. 아직 10월 부동산 거래 신고기한이 약 한 달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지난 6월 거래량이 정점(1만5614건)을 찍은 이후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거래량이 반등을 시작했다. 10월 중랑구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까지 105건으로 나타나, 이미 지난달(103건) 수준을 돌파했다. 강북구도 95건으로, 전월(77건) 대비 많아졌다. 도봉구도 148건으로 나타나, 전월(140건) 수준을 넘겼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다시 늘어나는 배경은 소형 주택 위주로 '전세난 회피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중랑구(0.08%), 강북구(0.03%), 노원구(0.03%) 등 서울 동북권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컸다.

동북권 내에서도 소형 아파트에 수요 쏠림이 나타나며 상승률이 급가속 했다. 금주 동북권 전용 40㎡의 상승률은 0.12%로, 지난주(0.01%) 대비 크게 확대됐다. 특히 중랑구는 면목동 구축 소형 단지로 수요가 급격하게 몰리며 신고가 경신이 나타나고 있다. 면목 한신 아파트 전용 44.5㎡는 지난달 25일 4억500만원에 팔려, 한 달 새 2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인근 용마한신도 지난달 23일 전용 35.44㎡가 3억4900만원에 거래돼 지난달 거래가격 3억~3억1000만원 대비 약 3000만원 뛰었다.

전세 매물을 구하지 못해 경기, 인천 등으로 이주 계획을 세우다 포기하고 서울로 수요가 회귀하는 셈이다.

수도권 지역도 최근 몇 년 간 매매가와 전셋값이 많이 올라 대출 여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기존에 살던 집보다 작은 크기의 주택으로 이주하는 '주거 하향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난에 따른 매매 수요 전환으로 중저가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집값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중저가, 중소형 아파트값의 우상향 압력을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전세난에 따른 집값 상승 영향을 다소 제한적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저가 주택의 경우 대출이나 세금규제가 덜하고 30대의 수요가 꾸준해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올해 실물경기가 얼어붙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 마당에 아파트값만 크게 오르고 있어 유동성 거품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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