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이고, 공연 연출가 같은 DJ계 아이돌
[리뷰] 카이고, 공연 연출가 같은 DJ계 아이돌
  • 뉴시스
  • 승인 2018.10.31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객들은 두리번거리더니, 점차 넓은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몸을 흔들 시간이었다. 순식간에 객석은 무대, 무대는 연출자의 거대한 단상으로 변신했다.  

30일 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단독 내한공연에서 노르웨이의 DJ 겸 프로듀서 카이고(27)는 공연 연출자였다. 지난해 월드클럽돔 코리아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았는데, 첫 단독 공연인 이날 진가를 드러냈다. 관객이 마치 공연의 요소인 것처럼 진두지휘하며 전체 흐름을 쥐락펴락한 그는 DJ계 아이돌이었다.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가 참여한 본인의 히트곡 '본 투 비 유어스'로 출발한 이날 공연은 요란하게 찾아온 초겨울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화끈했다.  

카이고는 감성적이고 느긋한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부흥을 이끄는 핫 뮤지션이다. 비트가 강한 음악에서 멜로디컬한 음악으로 넘어오고 있는 EDM의 주도권을 그가 쥐고 있다.  

이날 공연 초반도 '본 투 비 유어스'를 비롯 고(故) 아비치의 '위드아웃 유', 자신의 곡 '스타게이징' 등 서정적인 사운드로 채웠다. 기계만 매만지고 살짝살짝 뛰기만 한다고, 코웃음 치려는 찰라 무대 위 높게 솟은 단상 밑으로 내려와 무대 한켠에 놓여있던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의 타건이 내는 음색과 돌연 등장한 현악사중주단의 연주, 기계음이 함께 빚어내낸 사운드는 유려하고 웅장했다.

이것이 변곡점이 돼 공연장 내 수은주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구엘 피처링의 '리마인드 미 투 포겟'을 시작으로 '네버 넷 유 고' 등에서 사운드는 말 그대로 객석의 심장을 폭격했다. '스페이스십'이 울려 퍼질 때 대형 스크린에서 멋스런 우주선이 등장하는 등 영상 활용이 좋았다. '디어보이' 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등 공연장을 음표처럼 가득 채운 조명도 이날 또 다른 주역이었다.  

사실 최근 인기 DJ들은 공연장 내 모든 것을 자신의 공연 요소로 삼는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는 PD 같다. 굽이치며 변주하는 멜로디와 비트,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이 빚어내는 이날 공연은 3800명이라는 관객 각자의 박동수까지 더해지면서 끊임없이 아득해졌다. 강력한 EDM 사운드 속에 섬세한 감정이 새어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