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3천만원 올라"…중개사도 놀란 파주 집값
"자고 나면 3천만원 올라"…중개사도 놀란 파주 집값
  • 뉴시스
  • 승인 2020.11.24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파트 원하는데"…정부는 빌라임대, 전세난 해소 역부족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 상향평준화로 '풍선효과'만 확산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2020.11.17.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2020.11.17.

"정부가 전세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부터 파주 지역 아파트값이 달아오르는 분위기예요."

지나 23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소업소 대표는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파주 지역 집값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보니 버티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파주 지역 실거주자가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외지인의 매매 문의가 늘었다"며 "파주가 이번 대책에서도 비규제 지역으로 확정되자마자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 가운데 일부는 다시 거둬들이고, 나머지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상 최악의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 과열 현상이 수도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김포가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수도권 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파주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의 24번째 대책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잠시 주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하고, 추가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에서 6·17, 7·10, 8·4 대책 등 23번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억제와 공급, 세제 등 잇따라 쏟아낸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비규제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주거 불안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정부의 24번째 대책 발표에서도 규제를 피한 파주 지역의 집값 급등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주간매매변동률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0.37% ▲둘째 주 0.47% ▲셋째 주 0.78% 오르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0.30% 올랐다. 특히 지방 상승률이 0.33%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0.30% 올랐다. 특히 지방 상승률이 0.33%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파주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4번째 대책 이후 불과 3일 만에 아파트 매물이 2485건에서 2364건으로 4.9% 줄었다.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호가도 오르는 양상이다. 정부의 규제가 덜한 파주 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주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 과열 조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25% 상승해 전주(0.21%)보다 더 상승했다. 또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올라, 전주(0.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파주 지역 중저가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억1300만원에 거래된  파주시 동패동 '책향기마을10단지동문굿모닝힐(전용면적 84.92㎡)'은 지난 19일 3억4000원 매매됐다. 한 달 새 2700만원 올랐고, 현재 호가는 3억4000만원~3억6000만원 선이다. 또 지난 19일 파주시 금촌동 '새꽃마을뜨란채(전용면적 59㎡)'은 지난 19일 2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풍부한 유동자금으로 파주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규제 지역 내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4번째 대책을 통해 공급하는 주택의 형태가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않고, 반복적인 규제만으로는 집값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비교적 규제가 덜한 수도권 내 비규제 지역으로 몰리면서 집값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24번째 대책에서 나온 공급 방안은 실수요자의 요구와 동떨어져 실효성이 낮다 보니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상향평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실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주거와 지역, 시기에 맞게 공급 총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