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노량진 학원, 방역수칙 위반 정황…수험생 집단소송 움직임
집단감염 노량진 학원, 방역수칙 위반 정황…수험생 집단소송 움직임
  • 뉴시스
  • 승인 2020.11.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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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 조교 '턱스크' 제보…"학원이 대면강의 고집"
학원 측 "수업 당시 거리두기 1단계…방역수칙 준수해"
"학원 이사 갔고 CCTV 없어"…방역실태조사 장애물로
중등 임용고시를 하루 앞두고 노량진 대형 임용단기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32명 발생한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해당 학원의 모습. 2020.11.20.
중등 임용고시를 하루 앞두고 노량진 대형 임용단기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32명 발생한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해당 학원의 모습. 2020.11.20.

 지난 21일 중등교사 임용시험 전 집단감염으로 수강생 6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노량진 임용고시학원의 방역수칙 위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학원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수집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하고 있어 학원 대상 집단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생겼다.

24일 해당 학원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학원 측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데 소홀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우선 수업 조교가 코나 입을 노출한 채 마스크를 걸친 이른바 '턱스크'를 하고 있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다른 수강생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확진 판정을 받아 임용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 박정오(가명, 30대 중반)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학원 조교도 턱스크를 하거나 수강생 중에서도 마스크를 잘 쓰지 않고 기침을 심하게 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학원에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상황인만큼 학원에서 대형 강의를 자제해야 하는데, 수업을 맡은 강사는 대면 수업을 고집했다"며 "방역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인강)로 전환을 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원 측은 당국의 방역 지침을 최대한 지키려 했다는 입장이다. 대면수업을 강행한 이유 역시 수업이 이뤄진 지난 14~15일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라 강사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용단기학원을 운영하는 에스티유니타스 측 관계자는 "환기는 쉬는 시간마다 철저히 진행하고, 수강생 사이를 1칸씩 띄우고 4㎡당 1명을 배치하는 거리두기 지침도 준수했다"며 "강사가 수업 당시 거리두기 1단계 시점이라 임용시험을 코앞에 두고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는 "수업 전에 마스크를 벗으면 쓰라고 했겠지만 수업 중 벗는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용단기학원 체육실전모의고사반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2일 0시 기준 76명으로, 이 중 수강생은 69명이다.

방역당국은 수강생 군집도·밀집도·지속도가 높고 환기가 불충분한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 수업이 이뤄지며 감염이 확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박유미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노량진 임용고시학원의 경우 책상 간 간격이 좁아서 밀접도가 높았다"며 "1시간에서 2시간30분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한 공간에 모여 있어 밀집도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기도 잘 되지 않아 밀폐도도 높았다"고 했다.

중등 임용고시를 하루 앞두고 노량진 대형 임용단기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32명 발생한 20일 서울 동작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020.11.20.
중등 임용고시를 하루 앞두고 노량진 대형 임용단기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32명 발생한 20일 서울 동작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020.11.20.

교육부와 질병관리청, 서울시 방역 당국, 서울시교육청, 동작교육지원청 등은 지난 23일 최근 집단 감염이 일어났던 동작구 노량진 소재 '임용단기' 학원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당국은 임용단기학원에 역학조사관과 환기전문가를 파견, 감염 확산의 원인을 집중 조사한다.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관리, 정기적 환기·소독 등 방역수칙 준수 여부도 점검했다.

다만 해당 학원이 감염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15일 수업 이후 다른 건물로 이사를 간 상태인데다, 폐쇄회로(CC)TV가 남아있지 않아 조사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 최하영 평생학습정책과장은 "해당 학원이 출입자 명단 관리는 전자출입명부(QR코드)로 하고 있었고, 환기와 마스크 등 문제가 지적된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마스크 착용은 CCTV가 없어 진술을 확보한 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 판정을 받아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수강생 60여명은 교육 당국이 확진자에게 임용시험 응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

수강생 박씨는 "언론에서 국가인권위 제소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 글을 쓰고 있다"며 "확진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후속 조치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앞서 확진자는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점을 알린 바 있다. 다른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확진자 구제책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차별이라는 주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원이 방역수칙 준수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임용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해당 학원을 상대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수강생들은 학원의 방역수칙 위반 행위도 단체 대화방을 통해 수집 중인 상황이다.

법무법인 태일의 김도윤 변호사는 "학생들의 주장대로라면 학원이 방역을 게을리한 과실로 시험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라며 "과거 신천지 사례처럼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해 이를 법정에서 다퉈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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