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LNG 탱크사, 韓 조선사에 갑질하다 공정위 철퇴…과징금 125억
프랑스 LNG 탱크사, 韓 조선사에 갑질하다 공정위 철퇴…과징금 125억
  • 뉴시스
  • 승인 2020.11.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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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저장 탱크 기술 선박에 구현하는 특허권
"우리 기술 쓰려면 구현 특허권도 써라" 갑질
한국 조선사, 기술 있는데도 막무가내식 강요
이지훈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감시과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의 특허권 남용 혐의 제재 사실을 알리고 있다. 2020.11.25. (사진=뉴시스 DB)
이지훈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감시과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의 특허권 남용 혐의 제재 사실을 알리고 있다. 2020.11.25. (사진=뉴시스 DB)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화물창) 관련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회사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를 대상으로 특허권을 남용한 혐의다.

이지훈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끼워 판 GTT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한다"면서 "GTT가 '향후 한국 조선사와 특허권 유효성을 다툴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행위'에도 시정 명령을 내린다"고 했다.

LNG 화물창은 내부 저장물의 기화를 막고, 선체 손상·파괴를 막는 특허·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시장에서 세계 1위 사업자인 GTT는 LNG 화물창 관련 특허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기술 라이선스)를 부여하면서, 이를 선박에 구현하는 공학적 작업(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함께 판매한 것이다.

이 과장은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는 LNG 선박 건조 시장에서 선두 사업자이지만, GTT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면서 "한국 조선사는 2015년 이후 GTT에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겠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GTT는 이를 전부 거절한 뒤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끼워 파는 거래 방식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는 2015년 전후로 독자 LNG 화물창 기술을 개발하고, GTT가 아닌 다른 사업자의 기술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맡으면서 노하우를 터득했음에도 GTT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멤브레인형이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의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오른쪽 멤브레인형이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의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GTT의 이런 행위로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됐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구매하는 조선사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GTT는 또 "특허권 유효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부당한 거래 조건도 정해뒀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는 GTT의 특허가 무효이더라도 법적으로 다툴 수 없고, 무효인 특허에도 실시료를 지급해야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 과장은 "GTT의 기술 라이선스 없이는 LNG 선박 건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라면서 "한국 조선사가 GTT와의 계약 해지로 시장 퇴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특허 유효성을 다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또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를 통해 GTT가 독점하던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독과점 사업자가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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