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우승 비밀은? 수평 문화…양의지 건의와 수락한 감독
NC우승 비밀은? 수평 문화…양의지 건의와 수락한 감독
  • 뉴시스
  • 승인 2020.1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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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6차전서 포수 양의지 투수 교체 준비 '건의' 적중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과 양의지가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4.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과 양의지가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4.

"송명기는 몸 안 풀어요?"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7회. 수비를 마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가 투수코치, 배터리 코치를 찾아갔다.

양의지는 8회 수비 때 빠른 공을 갖춘 투수가 투입되는 것이 낫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적임자로 4차전 선발이었던 송명기를 지목했다.

당시 NC는 4-2의 근소한 리드를 유지 중이었다. 남은 두 이닝을 막으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혹시라도 모를 7차전 승부를 고려해야 했다. 마이크 라이크라는 선발 카드를 이미 6회에 꺼내들었기에 송명기를 선뜻 내긴 쉽지 않았다.

양의지는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8회에 나올 투수가 애매했다. (김)진성이 형이 지쳐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기고 있으면 내일이 없다. 다 쏟아 부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의견을 냈는데 명기가 잘 던져서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도 송명기의 투입을 고민하긴 했다. 김진성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는 것 역시 구상에 있었다. 두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싸우던 중 양의지의 한 마디가 이 감독의 생각을 정리해준 것이다.

이 감독은 "양의지가 먼저 송명기 이야기를 묻더라. 왜냐고 물어보니 '빠른 공 투수가 던지면 좋겠다'더라. 김진성과 송명기 중 고민했었는데 포수의 이야기를 믿고 가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결과는 NC의 바람대로 맞아 떨어졌다. 송명기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에 NC는 한 이닝을 더 지웠다. 마지막 9회를 마무리 원종현이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NC는 꽁꽁 감춰뒀던 집행검을 꺼낼 수 있었다.

이 일화는 능력 있는 포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듯하다. 실제로 투구를 받고, 타자들을 유심히 관찰한 포수의 한 마디는 벤치의 고민을 단번에 덜어줬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이 감독과 NC 코칭스태프의 대처다.

선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권한인 만큼 그냥 흘러들었어도 될 일이다. 송명기가 난조를 보였다면 모든 비난은 감독과 투수코치에게 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포수의 감을 믿기로 했고, 나아가 뒷이야기까지 공개하면서 그 공을 선수에게 돌아가게 했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대 2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0.11.24.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대 2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0.11.24.

 

자칫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긴박한 순간에 선수는 자신의 견해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감독은 선수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NC의 창단 첫 우승에는 수년 간 켜켜이 쌓인 수평적 팀 문화도 분명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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