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만성질환 수준 관리 가능
에이즈, 만성질환 수준 관리 가능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0.11.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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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큰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던 단어다. 1980년대 처음 보고된 뒤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사망하면서 에이즈는 한동안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40년이 흐른 현재 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돼 에이즈 환자도 관리만 잘 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에이즈는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돼 세포성 면역에 관여하는 T림프구가 줄어들면서 체내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병이다.

HIV는 주로 환자나 감염자의 혈액, 정액, 질 분비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드물게는 어머니로부터 태아로의 모자 감염도 가능하다. 악수와 같은 피부 접촉이나 호흡, 기침, 재채기 등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바로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염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 체계가 파괴돼 면역세포수가 200cell/mm3 이하가 되거나 에이즈라고 진단할 수 있는 특정한 질병 또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만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본다.

HIV에 감염된 뒤 수년이 지나면 에이즈로 이행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HIV 감염인의 약 50%가 에이즈로 진행하는데 10년 정도 걸리고 15년 후에는 75%가 에이즈로 진행된다고 한다. 에이즈로 이행되기 직전에는 몇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밥맛이 없고 피곤하고 잠잘 때 심하게 땀을 흘리거나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설사가 계속되면서 체중이 빠지기도 하는데 이를 에이즈 관련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런 전구증상이 나타나고 얼마간 지나면 에이즈로 이행하면서 각종 감염증과 악성종양이 나타나게 된다. 에이즈 초기 증상으로는 아구창, 구강 백반, 캔디다 질염, 골반 내 감염, 다양한 피부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림프구 수가 줄어들면서 정상인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바이러스, 진균원충, 기생충 등에 의한 폐렴, 뇌염, 위장염, 망막염, 패혈증 등이 나타나고 악성림프종, 카포지 육종과 같은 악성 종양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는 이런 심각한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 뒤 2~3년이 지나면 환자는 그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3300만명 이상의 에이즈 환자가 있고 지금까지 이 병으로 30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딱히 치료제가 없었던 1980년대에는 에이즈의 치사율이 90%에 달했다.

하지만 그동안 치료법이 꾸준히 발전하면서 에이즈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해졌다. 에이즈 환자도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으면 일반인과 기대여명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에이즈 환자의 치료에는 3가지 종류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병용하는 약물 치료가 사용된다. 과거 1~2가지 약물을 사용했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 돌연변이가 생겨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3가지 약물을 사용했을 때  장기간 바이러스 농도가 억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1990년대부터 이 치료법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2가지 약물로도 효과를 내는 새로운 조합들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에이즈를 완치시킬 획기적인 치료법은 등장하지 않았다. HIV는 항바이러스제를 써도 저장소에서 잠복 상태로 남아있다가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식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의 완치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해에는 영국 런던에서 완치자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에이즈 합병증으로 백혈병을 앓고 있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골수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에이즈에서 완치됐다.

하지만 골수이식수술 자체가 많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표준 치료법으로 발전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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