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민청학련 국가손배 패소판결, 헌법소원 대상 아냐"
헌재 "민청학련 국가손배 패소판결, 헌법소원 대상 아냐"
  • 뉴시스
  • 승인 2020.11.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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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연루돼 징역…이후 무죄 선고
국가상대 손배소 냈지만 대법원서 패소
헌재 "헌법소원심판 가능한 재판 아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민청학련 사건' 국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시효 만료로 패소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유족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 등을 심리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재환 기자 =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등 과거사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들의 유족에 대해 시효가 지나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고(故) 제종구 전 의원의 유족 등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박정희 정부가 지난 1972년 유신체제를 선포하고 이듬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납치하면서, 정권을 반대하는 운동이 거셌다. 이에 중앙정보부는 지난 1974년 4월 민청학련이라는 단체가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반체제 운동을 벌였다며 200여명을 긴급체포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형을 당했고, 제 전 의원의 경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제 전 의원은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 전 의원의 유족들은 재심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의 경우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된 날부터 6개월까지가 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왔다. 제 전 의원 유족의 경우에도 6개월의 시효를 넘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제 전 의원의 유족 등이 패소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에 따라 재판취소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법원이 위헌 결정난 법을 적용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헌재는 위 대법원 판결의 경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유족들은 대상 판결에 대해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대상 판결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해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유족들이 위 대법원 판결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헌법소원을 내 청구가 가능한 기간도 지난 것으로 봤다. 해당 판결은 지난 2014년 2월 선고됐는데, 유족들이 지난 6월 헌법소원에 대한 청구 취지를 변경하며 해당 재판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유족들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68조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했지만, 헌재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며 각하 결정했다.

다만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대상 판결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상 판결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적용한 시효정지기간 6개월의 법리는 국가를 통상적인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일반 사인과 동일시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불법행위를 통상적인 사안과 동일선상으로 봄으로써,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법리 적용이다"며 재판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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