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입학설명회 가는 학부모들…서울·경기 학원들 버젓이 대면 강행
목숨 걸고 입학설명회 가는 학부모들…서울·경기 학원들 버젓이 대면 강행
  • 뉴시스
  • 승인 2020.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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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고덕동 등 수도권 학원가 "선착순 사전예약" 모객
대형 입시학원은 대부분 온라인 중계·화상으로 전환해
"위험하지만 뒤쳐질까봐…" 교육부 "방역상 좋지 않아"
 정부가 앞으로 2주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한다고 밝힌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이연희 기자 = 12월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과 5일 남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일부 학원들은 11월 말부터 '입시설명회철'을 맞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대학입시·예비고3, 고교입시 설명회를 대면으로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자녀의 입시 전략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로서는 정보전에서 뒤쳐질까봐 설명회에는 관심이 높지만 굳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현장 행사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학원가에 따르면 종로학원과 대성학원, 메가스터디, 이투스, 유웨이 등 대형입시학원은 수능 직후 가채점 설명회 등을 온라인 중계 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예년처럼 체육관이나 강당을 빌려 대규모 설명회를 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서울 양천구 목동과 강동구 고덕·명일동, 경기 분당 등 지역 학원가에서는 지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학부모들 대상으로 메시지 발송, 입소문을 통해 선착순으로 입시설명회 참석자를 모집하고 있다.

수강생 50명 내외의 소규모 학원부터 4개 이상의 지점을 둔 1000명 규모의 대형학원까지 유명 입시 강사들을 초빙해 대면 입시설명회를 연다고 홍보하고 있다.

목동의 유명 A학원은 지난 14일에 이어 오는 12월3일 중3 학부모 대상으로 2024학년도 대입전형 맞춤 전략 멘토링 특강을 연다며 유료 설명회를 홍보했다. 고2, 고3 대입전략 설명회도 12월9일부터28일까지 모두 대면으로 실시하고 참석자들에게 수능 가채점 배치표를 선착순 배부한다고 밝혔다.

이 학원은 또한 12월9일 2021학년도 정시 지원전략 설명회를 시작으로 2021년 1월 초까지 '2021학년도 일대일 정시 지원 전략 컨설팅'을 연다며 사전예약을 하도록 홍보했다.

목동의 B학원은 오는 30일 오전 고1 대상 대입 설명회를 연다며 사전예약을 할 것을 홍보했다.

강동구의 C학원은 지난 21일에 이어 12월6일 저녁 7시 2022학년도 대학입시 설명회를 개최한다며 사전 전화예약을 하도록 독려했다.

이 지역의 D학원은 지난 26일 저녁 7시 예비 고1 설명회, 저녁 8시 국어특강을 모두 대면으로 실시했다.

수도권은 지난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서울에서 2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29일 2.5단계로 상향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학원은 음식 섭취가 금지되고 시설 면적 8㎡당 1명으로 제한하거나 두 칸을 띄우는 1안, 시설 면적 4㎡당 1명으로 인원 제한하거나 한 칸 띄우기를 실시하고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하는 2안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실내 100명 이상 집합을 금지하고 있다. 수업 뿐 아니라 입시설명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5단계로 격상되면 음식 섭취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되며 8㎡당 1명으로 인원 제한 또는 두 칸 띄우기를 실시해야 한다.

경기 평촌의 한 과학학원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안양지역 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주제로 급부상한 입시설명회를 준비했다"며 예비 고2·고3 입시 설명회 참석 희망자에게 예약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학부모들은 방역 위험 때문에 불안하다는 반응이 다수이지만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정보력이 떨어질까봐 조바심이 난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 강동구 주민 학부모 E씨는 "집에 중고등학생과 어린아이도 있고 등교가 중단되지 않은 상태고 최근 에어로빅 학원으로 지역사회 감염도 심상치 않은데 이런 입시설명회를 통해 확산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며 "25명 정원인 설명회장에 50명이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고도 한다"고 전했다.

E씨는 "어머니들은 남의 부모는 가는데 뒤쳐질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 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도 "F학원이 28~29일 입시설명회 문자 메시지를 보냈길래 잘못 본 건가 싶었다"면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공백의 틈을 타서 갈수록 사교육 횡포는 늘고 있다. 이 시기에 진짜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처럼 대면 설명회를 실시하는 학원들은 자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면 입시설명회를 실시한 서울 강동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매년 11월 말쯤 설명회를 하는데 보통 70~80명이 오다가 올해는 6명이 왔고 5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에서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지키며 실시했다"면서 "대형 학원들처럼 원격으로 실시하려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른 만큼 방역수칙을 지킨 채 대면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대면 입시설명회가 방역상 좋지 않지만 제재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면 입시설명회가 추진되는 상황은 방역상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학원의 운영사항을 강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리두기 2단계에서 서울시는 100명 이상 집합 금지한 상태이고 감염병 상황이 심각해져 거리두기 단계가 늘어난다면 집합금지 기준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학원에는 수능 전까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권고했고 방역 점검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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