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기존 약물 새 효과 발견, 신약 개발
빅데이터로 기존 약물 새 효과 발견, 신약 개발
  • 오신기 기자
  • 승인 2020.11.30 0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약을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이미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하는 '신약 재창출'이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김영학·오지선 교수, 김도훈 임상강사 연구팀은 91만여 명의 임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쓰이고 있는 약제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해내는 신약 재창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특정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경과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검사 내역과 약물 처방력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입력하면, 수천 가지 이상의 약물 중 해당 질환의 치료 경과에 유의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후보군을 선별해내고 추정되는 약효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책정 해준다.

이때 알고리즘이 선별해낸 후보 약물군에는 이미 해당 질환에 효능을 인정받은 약물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그렇지 않은 약물이 포함된다면, 이 약물이 바로 신약 재창출 후보군이 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은 환자 91만여 명의 약물 처방 내역과 약 복용에 따른 혈액 검사 변화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그 중 임상 데이터가 많고 수치로 쉽게 약효를 파악할 수 있는 질병인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각 질병의 임상 지표인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알고리즘에 입력해 결과를 도출했다.

그 결과 환자들에게 처방된 총 1774개 약물 중에서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감소시키는 약물이 각 41개, 146개, 65개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이 찾아낸 약물들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의약품 분류체계를 활용해 음성 예측도와 함께 민감도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알고리즘에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임상 지표를 입력하면 여러 질환에 종합적으로 우선순위를 가지는 약물도 파악 가능해 환자의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춘 최적의 약물 선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지선 서울아산병원 장보의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복잡한 의료 현장 데이터에 대한 까다로운 처리 과정 없이, 약물 처방력과 검사 이력 데이터만으로도 수많은 약물 효과를 동시에 추정하고 선별해낼 수 있어 빠르고 효율적이다"며 "이러한 시도는 신약 개발을 위한 비용, 시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