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에 부는 재탕, 삼탕바람…通할까?
식음료업계에 부는 재탕, 삼탕바람…通할까?
  • 뉴시스
  • 승인 2020.12.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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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불안한 시장 상황 감안해 보수적 제품 출시 전략
"맛과 가격 상향 평준화 돼…마케팅에서 차별화를 주려는 행보"

김동현 기자 = 식음료업계에 리뉴얼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검증된 제품에 변화만 주는 보수적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확실한 시대에 새상품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 인기 브랜드를 강화하는 리뉴얼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통할지 아니면 재탕, 삼탕이라는 식으로 외면받을 지 주목된다.

1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패키지는 그 안에 담긴 상품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이 제품 품질 개발만큼 중요하게 패키지를 개발, 선보이는 이유다.

단적인 예로 코카콜라병, 샤넬 No.5, 타바스코 소스병 등이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패키지가 곧 상품의 얼굴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포장재에 변화를 줄 뿐 큰 틀에서의 패키지는 줄곧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나나 맛 우유를 꼽을 수 있다. 1974년 빙그레에서 출시된 이 제품은 통통하고 배불뚝이 모양의 독특한 용기 모양에 담겨 출시됐고 현재는 바나나 맛 우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빙그레에서 제품 겉면의 디자인을 변경하면서도 단지 모양의 용기에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효과를 굳이 바꾸지 않기 위해서로 해석할 수 있다.

변하지 않고도 잘 팔린다면 빙그레 처럼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 기업들은 제품 패키지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운 제품 출시 효과를 소비자들에게 선사히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동서식품은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손잡고 '맥심X유니버설 스튜디오 스페셜 패키지'를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이번 패키지는 '카카오프렌즈', '키티버니포니', '무민' 등에 이은 맥심 커피믹스의 네 번째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이다.

이번 패키지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맥심 모카골드 라이트 ▲맥심 모카골드 심플라떼 ▲맥심 화이트골드 등 총 4종에 적용된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를 통합해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를 정립하고 '네스카페 로스터스 초이스' 브랜드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리뉴얼 콘셉트는 '로스터의 선택'으로 네슬레의 글로벌 커피 전문가가 최고의 원두를 선별해 완벽하게 로스팅한 커피라는 의미를 담았다.

'네스카페 크레마' 및 '네스카페 콜드브루' 제품 패키지도 새로운 콘셉트에 맞춰 고급스럽게 리뉴얼했다. 제품 종류별로 각기 다른 일러스트 요소들을 생동감 있게 배치해 여러가지 맛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패키지 전면에는 'Roaster's choice' 문구를 넣어 네스카페 프리미엄 커피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초 올몰트 맥주 맥스의 장인정신을 전달하고 부드러운 크림거품 콘셉트를 강화하기 위해 비어 맥스의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했다.

하이트진로는 패키지 변경을 통해 기존 크림 거품 콘셉트에 국내 최초 올몰트 맥주라는 전통성과 15년간 올몰트 맥주만 연구한 장인정신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직관적 전달을 위해 맥스를 생산하는 장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심볼을 개발해 적용했다. 또한 부드럽고 크리미한 거품의 완성도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크림 거품이 잔 위로 풍부하게 넘쳐흐르는 디자인의 '시즐감'을 강조했다. 글자체 역시 크림 거품의 특징을 반영해 부드럽고 감각적인 서체로 변경하고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국순당은 '백세주를 오늘에 맞게'라는 콘셉트로 맛과 패키지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백세주에 들어가는 12가지 한약재의 비중을 조정하고 재료사용 시기를 조절해 쓴맛은 줄이면서 산뜻한 음용감을 더했다.

또 패키지의 로고는 한자를 잘 쓰지 않는 젊은 세대를 겨냥하여 기존의 한자 대신에 한글 로고를 사용했다. 한글 서체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현대적 감각에 중점을 둔 새로운 한글 로고를 개발해 가독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음료업계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브랜드 및 패키지 리뉴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맛과 가격은 상당부문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에 업계는 마케팅 요소에서 차별화 전략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인기 제품에 의존한 리뉴얼 바람이 지속될 경우 재탕, 삼탕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져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는 '현재의 저주' 덫에 갇힐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패키지 변화를 통한 리뉴얼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신제품 출시와 비슷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반복되다보면 내용물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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