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왜곡 현상 뚜렷한 거식증 여성
신체왜곡 현상 뚜렷한 거식증 여성
  • 오신기 기자
  • 승인 2020.12.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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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같은 체중의 마른 여성들보다 자신의 체형을 더 뚱뚱하게 인식하는 '신체 왜곡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식증은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아 조기에 이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섭식장애클리닉) 김율리 교수팀은 거식증 환자 26명과 유사한 체중의 마른 여성 53명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거식증 여성군의 평균 연령은 23.3세이고 체질량지수(BMI)는 17.13㎏/㎡, 유병 기간은 평균 6년이며 마른 여성군의 평균 연령은 22.3세이고 BMI 16.62㎏/㎡ 이다. 이는 키 160㎝에 체중 43㎏ 정도의 매우 마른 체형이다.  

연구팀은 체형 인식 측정 도구인 FRS로 두 그룹의 체형인식을 분석했다. FRS는 1(극도로 마른 체형)부터 9(매우 비만한 체형)까지 9개 그림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체형과 이상적인 체형을 선택하도록 설계된 평가 방법이다.

분석결과 거식증 여성이 마른 여성에 비해 자신의 현재 체형은 더 뚱뚱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상적인 체형은 더 마른 몸매를 기준으로 삼았다. 또 거식증 여성은 왜곡된 신체상으로 인해 마른 여성보다 다이어트 시도가 더 많았다.

거식증 여성은 마른 여성에 비해 식사를 더 제한하고, 감정에 따라 식사가 더 좌우되는 경향을 보였다.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도 모두 마른 여성에 비해 높았다.

거식증 여성은 마른 여성에 비해 혈당과 갑상선 호르몬이 더 낮아 대사성 질환에 더 취약했다.

김율리 교수는 "신체상 왜곡은 거식증 환자의 핵심적인 문제다. 스스로 살쪘다고 인식해 반복되는 다이어트가 시작되고, 그로인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손상 된다"며 "10대, 20대에서 이뤄야 할 삶의 과제를 수행할 역량을 잃게 되면, 다시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될 수 있어 주변에서 병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병은 조기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발병 후 6년이 지나면 만성화에 접어들어 회복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마른 여성의 오소렉시아(orthorexia nervosa) 현상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소렉시아는 건강 식이에 집착하는 현상으로 연구결과 마른 여성도 거식증과 유사한 강박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강 식이에 대한 지나친 강박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양적, 기능적 손상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자기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식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치사율이 높아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거식증을 청소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질환 중 하나로 권고한 바 있다.

거식증 환자는 심각한 저체중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 결핍으로 인해 다이어트를 지속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김율리 교수는 "여성 100명 중 1명은 거식증 환자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의 거식증 진료인원은 2019년 3746명으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대다수의 경우는 병이 감추어지고 만성화되고 있다"며 "국가에서도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의 건강을 잠식하고 있는 이 병의 조기발견과 치료에 대한 지원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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