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 오르나"…지방까지 번진 집값 '키 맞추기'
"서울만큼 오르나"…지방까지 번진 집값 '키 맞추기'
  • 뉴시스
  • 승인 2020.12.13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아파트값 8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
전세 수요 매매로 전환…집값 상승 악순환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박성환 기자 = 사상 최악의 전세대란으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한동안 잠잠했던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만 무려 24번이나 내놨지만,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국 아파트 매맷값이 통계 작성 8년7개월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하는 등 인근 조정대상지역과 아파트값을 맞추려는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코로나19에 장기화에 따른 거래 침체 분위기 속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라 나오는 등 집값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마저 급등하는 전세대란이 벌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값이 0.27% 상승해 지난주(0.2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번 주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앞서 3주 전 0.25% 상승해 8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뒤 불과 3주 만에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라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으로 강남(0.05%), 송파(0.04%), 서초·강동(0.03%) 등 강남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또 노원구(0.05%)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주공 1·6단지가 위치한 상계동 위주로 올랐다. 마포·광진·동대문구·강서구(0.04%) 등의 상승세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올라 지난주(0.1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도는 0.27% 오르며 전주(0.24%) 대비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은 0.15% 올랐다. 규제를 비껴간 파주는 1.18% 오르며 3주 연속 주간 상승률 1% 이상을 기록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0.35%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 아파트값도 지난주 0.44%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0.5% 상승했다. 부산(0.58%), 대구(0.62%), 울산(1.15%) 등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개발 기대감이나 교통여건 개선 여지가 있는 지역,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있는 지역에서 매매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4%) 대비 0.03%포인트(p) 확대됐다.

세입자들이 전세대란에 떠밀려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고, 투기세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값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4일 8억65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달 9일 7억9000만원으로, 불과 일주일도 안 돼 7500만원이나 올랐다.

또 울산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 2단지(전용면적 101.48㎡)가 지난달 12일 14억2000만원에 매매돼 손바꿈됐다. 앞서 지난달 6일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일 만에 6000만원 올랐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31일 4억75000만원에 거래된 포항시 남구 대잠동 자이(전용면적 84.95㎡)는 지난달 18일 75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오르는 경험을 하며 규정 내성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집값 안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셋값을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 실수요가 늘어나고, 비교적 정부의 규제가 덜한 지방에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24번째 대책을 통해 공급하는 11만4000가구의 공공임대 주택의 형태가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으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극심한 전세난으로 임대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비규제지역에 투자 수요까지 몰리며 전국 단위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하면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실수요 층이 원하는 지역과 시기에 맞게 공급 총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