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은하 "배우 이병헌 삶에는 30년간 영화산업 역사도 담겼죠"
[인터뷰]백은하 "배우 이병헌 삶에는 30년간 영화산업 역사도 담겼죠"
  • 뉴시스
  • 승인 2020.12.25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이병헌' 책 출간...초판 매진 주목
"배우들의 연기 연구도 이어나갈 계획"
백은하 배우연구소 백은하 소장

임종명 기자 = 서점가에 '배우 연구 서적'이 화제다.  '배우 이병헌'. 이 책 300페이지에는 데뷔 30주년를 맞은 배우 이병헌의 모든 것이 담겼다. 하지만 회고록이나 자서전과는 결을 달리한다.

현재 활동 중인 배우를 연구하고 분석해 배우라는 한 인물 탐구뿐만이 아니라 국내 영화산업 전반까지 살펴볼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초판이 매진되어 2쇄에 돌입했다. 

'배우 이병헌' 책을 출간한 백은하배우연구소 백은하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배우학'이 아닌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방법, 또 다른 통로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영화의 얼굴인 배우를 통해서 영화를 보는 방법도 꽤 재밌다는 걸 보여주고 이걸 학문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제시한 겁니다."

백은하 소장은 기자 출신이다. 1999년 씨네21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매거진t', '텐아시아' 편집장도 거쳤다. 백은하 배우연구소는 2018년 5월5일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기자 생활을 마친 뒤 떠난 유학 생활부터 해온 작업의 연장선 격"이라고 했다.

백 소장은 "기자 생활을 돌아보면 저는 인터뷰에 좀 특화됐던 것 같다. 제가 처음 냈던 책이 '우리시대 한국배우'"라며 "21명의 배우 인터뷰를 모아서 낸 책인데 제가 해놓았던 것 중에 가장 아카이브화하기 좋았던 것이었다. 그 때 제 관심사가 이쪽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배우에 관한 연구주제를 다뤘었고, 이러한 방향으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2018년 5월5일,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성과는 2019년 무주산골영화제와 함께 한 '넥스트 액터' 배우 박정민 편이다.

백 소장은 "1인 출판을 하다 보니 영화제와 함께 실험하듯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새롭게 떠오르는 배우들을 살피는 것부터"라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

'배우 이병헌'으로 시작한 액톨로지(배우학) 시리즈는 넥스트 액터보다 깊이 있다. 한 배우 본인의 입을 통한 이야기, 동료 배우와 감독 등 주변에서 바라본 시선들, 연기한 작품 속 캐릭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예술가로서의 배우 한 명을 비춘다.

시리즈의 첫 책 주인공으로 '이병헌'을 택한 이유를 묻자 백 소장은 "배우 이병헌을 돌아보면 지난 30년 동안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중파, 케이블 시대를 거쳐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 일본에서 인기를 끈 한류,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독립 개별 배우 1명을 중심으로 한 연예기획사의 탄생 등 이 배우의 삶에 영화 산업의 역사를 그대로 담겼다"고 전했다.

해외에는 이미 이러한 류의 책들이 있었다. 영국의 '스타 스터디', 프랑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배우의 해부' 시리즈 등이다.

 백 소장은 "이번 '배우 이병헌'이라는 책을 통해 대중의 영역과 학문적 영역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지점으로서 액톨로지를 시도해보고자 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매해 액톨로지와 넥스트 액터 시리즈를 한 편씩, 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 소장은 배우를 통해 영화를 보는 방법으로 '비트'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존에 영화 전체를 촬영 단위, 이야기 단위로 나누어 분석·해석하는 방법이 있었다면, '비트'라는 단위로 나누어 보는 것을 제안한 것.

"보통 쇼트, 컷, 씬 등 명확한 단위들이 있죠. 물리적인 단위. 이런 것처럼 배우의 감정 변화에 따라 혹은 하나의 연기의 시작점과 끝점 등을 하나의 '비트'로 구분해서 감상해보는 거에요."

백 소장은 "약간 훈민정음 같은 느낌이다. 이런 부분을 학문적 차원에서 가나다라부터 연구하고 있다"며 "배우들의 연기를 어떠한 객관적 기준을 놓고 살펴볼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저는 아직 초보 연구자다. 영화 관련 경험치는 높은데 학문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던 연구자라는 말이다. 이 경험치가 연구의 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또 훗날 이 연구가 누군가에 이어진다면 정말 감사한 일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