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양공의 '어진 마음' ( 宋 襄 之 仁 )
송나라 양공의 '어진 마음' ( 宋 襄 之 仁 )
  • 강주택 고문(한아름기획 대표이사)
  • 승인 2018.11.1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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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양공은 탁하에서 강대한 초나라 정예군을 맞아 전투를 벌일 준비를 했다. 송나라 군사가 먼저 도착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때, 초나라 군사는 그제야 강을 건너고 있었다. 우사마인 구강이 급히 양공에게 달려와 말했다. "양곤의 형세를 비교해 보면 적이 우리보다 강합니다. 적의 전열이 정비되지 못한 틈을 타 허를 찌르면 틀림없이 초나라를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양공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한가? 군자가 말하기를, 부상당한 사람을 해치지 말고, 노인을 포로로 잡지 말고, 남의 곤경을 틈타 위험에 밀어 넣지 말고, 전열을 갖추지 못한 적을 공격하지 말라고 했소.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초나라 군사를 공격하는 것은 인의를 어기는 짓이오."

배를 타고 상륙한 초나라 군사들이 기를 흔들며 진을 벌리고 함성을 질렀다. 우사마는 의를 위반하는 것은 염려 말고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라고 간절히 충고했다. 양공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꾸짖었다. "대열로 돌아가시오. 한 번만 더 그런 말을 하면 군법에 따라 처단하겠소."

그 동안 초나라 군사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양공은 비로소 북을 울려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초나라 대군이 소리를 지르며 질풍노도와같이 쳐들어오자 송나라 군사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나 크게 패했다. 도망가는 군사들 틈에 섞여 달아나던 양공은 엉덩이에 화살을 맞고 사흘이 못 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 유가에서는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어질고 의로운 사람이 다스리면 백성이 어버이처럼 믿고 따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적과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정치의 원리이고 이념이지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전쟁은 적과 싸우는 일이다. 항복한 적과 부상당하거나 포로로 잡힌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쳐들어오거나 대적하고 있는 적에게 무조건 자비를 베풀면 자기편만 해롭게 할 뿐이다. 쓸데없는 자비를 베풀어 도리어 자기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송양지인'이라고한다.

한비자의 이 우화는 유가의 어진 정치와 교조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송나라 양공은 유가 군자의 말을 무조건 믿고 아무 때나 적용하여 변통할 줄 몰랐다. 사악한 사람을 제거하여 대다수 선량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어진 정치이고, 폭압적인 나라를 정벌하거나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 물리치는 것도 어진 정치이다. 무조건 남의 사정을 봐 준다고 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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