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성폭행' 인정안한 법원…"협소한 구조, 단정못해"
'화장실 성폭행' 인정안한 법원…"협소한 구조, 단정못해"
  • 뉴시스
  • 승인 2021.01.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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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한 여성 성폭행 시도 혐의
피해 여성 "수치스러워 소리 못질러"
재판부 "진술 신빙성 인정 어려워"
"칸 협소해서 쉽게 발각되는 구조"

박민기 기자, 박현준 수습기자 = 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기로 약속하고 만난 여성을 조건만남 이후 강제로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은 '약속된 조건만남 이후 피고인이 다시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화장실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위력적 폭행이 있었다는 단정하기 힘들다는 점도 무죄의 이유가 됐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 심리로 열린 A(25)씨의 강간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0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와 성관계 등을 갖는 조건만남을 하기로 약속하고 인천 부평구의 한 상가 건물 1층 남자화장실에서 만났다.

A씨는 남자화장실 용변칸에서 유사 성관계를 마친 후 B씨를 힘으로 제압해 다시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위력을 행사하면서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조건만남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손을 씻고 오겠다"고 하며 나간 뒤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 2019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범행인 강간 혐의에 대해 B씨는 "당시 A씨가 화장실 용변칸 문 앞에 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당시 장소가 남자 화장실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수치스러울 것 같아 못했다"며 "너무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실제로 때리지는 않았지만 말을 안 들으면 맞을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 측은 첫 재판에서부터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주장을 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 사건 범행 이후 채팅앱을 통해 B씨에게 '다시 만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에 B씨는 "먹버했잖아"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먹버는 성관계를 한 후 상대방을 만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하는 비속적 표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변호인의 반대신문이나 중요한 질문 등에 대답하지 않는 진술 태도 및 사건 발생 이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인 태도 등을 볼 때 피해자 진술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질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피해자가 당황하면 말을 안 한다'고 했지만 심적 부담이 상당한 점을 참작하더라도 피해자가 법정에서 임한 태도를 볼 때 (진술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강간 혐의 관련 유형력의 정도를 봐도, 남자화장실 변기가 있는 칸은 협소해서 작은 소리에도 쉽게 발각될 수 있는 구조"라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로 제압을 당했다기보다는 성관계가 끝나야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었거나 폭행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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