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집 사자"…'고삐 풀린' 수도권 집값
"늦기 전에 집 사자"…'고삐 풀린' 수도권 집값
  • 뉴시스
  • 승인 2021.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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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규제 후 주택수요 수도권으로 회귀
경기·인천 아파트 매수심리 역대 최고치
최악의 전세난 수도권 매매 수요로 전환
김병문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1.01.24. dadazon@newsis.com
김병문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1.01.24. dadazon@newsis.com

 박성환 기자 = "매물이 워낙 귀해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값이 정해집니다."

지난 2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호가가 오르더라도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이 성사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실수요자 유입이 많아지면서 매맷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정부의 3기 신도시 등 주택 추가 공급 대책 발표에도 여전히 매물이 부족해 높은 호가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설 명절 전 특단의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관련 통계 작성 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 수요가 지방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옮아붙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유례없는 전세대란이 계속되면서 서울보다 저렴한 수도권 아파트로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저렴한 수도권 지역에 매매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을 누르면 수도권으로 튀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며 집값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 지역에서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흐름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호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이 지난주 각각 0.36%에서 이번 주 0.42%, 0.40%로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경기에서는 양주시가 GTX-C와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로 1.27%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의왕시(0.44%→0.97%)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고양시 덕양구(1.06%→1.10%)와 일산서구(0.78%→0.81%), 용인 기흥구(0.29%→0.63%), 남양주시(0.64%→0.77%) 등도 상승세도 뚜렷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공급대책 마련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 시장 안정화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비사업과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이나 신축, 역세권 위주로 상승했다"며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겨지는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18일 기준)는 117.2를 기록해 전주(115.3)보다 1.9p 상승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에서는 경기(123.1)와 인천(112.8)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은 지난 2019년 12·16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자, 매매 수요가 서울에서 경기로 넘어오면서 매매수급 지수가 100을 넘겼다. 이후 지난 6·17, 7·10 대책 등을 통해 추가 규제에 나섰지만, 100 이상을 유지하다. 지난 10월 첫째 주 107.4를 기록한 뒤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24번에 걸친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심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억8500만원에서 거래된 남양주 별내동 포스코더삽(전용면적 116.59㎡) 지난 9일 9억2700만원 매매가 성사됐다. 불과 한 달 만에 4000만원이 올랐다. 또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7차(전용면적 86.23㎡) 지난 5일 13억2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지난해 11월 12억3000만원보다 9000만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이동하고, 3기 신도시 개발과 GTX 등 교통망 확충에 따른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장기화하면서 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심리 역시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서울의 전세난이 이어지면 서울과 가까우면서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급까지 최소 3~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도권 집값의 상승세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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