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명문팀 진출했던 北호날두, 대북제재로 꿈 접어
유럽 최고명문팀 진출했던 北호날두, 대북제재로 꿈 접어
  • 뉴시스
  • 승인 2021.01.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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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포츠 전문가 "한광성 북한 돌아간다"
최고명문 유벤투스 진출, 제재로 출전 불발
카타르 알두하일 이적했다가 쓸쓸히 귀국
이탈리아 명문 축구단 유벤투스는 2일(현지시간) 북한 한광성 선수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은 유벤투스와 계약서에 사인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는 한 선수의 모습. <사진출처: 유벤투스 트위터> 2019.09.03

박대로 기자 = '북한의 호날두'로 불리며 해외 무대에서 활약해 온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한광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탓에 북한으로 돌아간다.

이탈리아의 북한 스포츠 전문가 마르코 바고치는 27일 미국의소리 방송(VOA)과 인터뷰에서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한광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뛸 수 있는 해외팀을 구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바고치는 말레이시아 슬랑오르FC와 한광성의 원 소속팀인 카타르 알두하일이 임대계약을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광성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조만간 중국을 통해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글리아리(이탈리아)=AP/뉴시스】 한광성
【카글리아리(이탈리아)=AP/뉴시스】 한광성

1998년 평양에서 태어난 한광성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초기인 2013년 엘리트 축구선수 양성을 위해 설립한 평양국제축구학교에 입학해 두각을 나타냈다.

한광성은 2014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을 2-1로 꺾고 북한의 우승을 견인하며 주목 받았다.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칠레 U-17 월드컵에서는 북한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한국의 이승우와 함께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1998년생 최고 축구 유망주 50명에 이름을 올렸다.

한광성은 2015년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했다. 2015년부터 이탈리아 프로축구 칼리아리 칼초 유스팀을 거친 한광성은 2017년 3월 세리에A(1부) 칼리아리 1군에 입단했다. 2019년 9월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이자 유럽 최강 프로팀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저돌적인 돌파를 즐기는 한광성에게 북한 호날두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광성은 한국 축구계에도 충격을 줬다. 2012년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뒤 한국 축구선수 중에서는 유럽 최고명문팀에서 뛰는 선수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손흥민의 기량이 지금처럼 만개하지 않은 때라 국내 축구팬들은 한광성을 향해 부러움과 질시가 섞인 시선을 보냈다.

게다가 한광성은 '진짜 호날두'와 함께 뛸 기회까지 잡았다. 호날두가 2018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 제재가 한광성의 발목을 잡았다.

최동준 기자 =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북한 한광성 앞으로 질주하고 있다. 2019.10.15.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photo@newsis.com
최동준 기자 =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북한 한광성 앞으로 질주하고 있다. 2019.10.15.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photo@newsis.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12월22일 채택한 결의 2397호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쓰인다고 보고 이들을 24개월 이내에 본국으로 송환하라고 권고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일반 노동자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선수들도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며 한광성과 함께 박광룡, 최성혁 등 북한 축구 선수 3명을 송환 대상자로 지목했다.

대북 제재 속에 한광성은 유벤투스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카타르의 알두하일 SC로 이적했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자 알두하일은 같은 해 9월 한광성을 방출했다. 결국 한광성은 해외 무대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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