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적자" 곱씹어 봐야 할 SK의 프로야구 철수
"언제나 적자" 곱씹어 봐야 할 SK의 프로야구 철수
  • 뉴시스
  • 승인 2021.01.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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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훈련 종료.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마무리 훈련 종료.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권혁진 기자 =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이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

지금의 프로야구판은 이 말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입성은 어렵지만 손을 떼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SK가 보여줬다.

프로야구계 비수기로 통하는 1월이 신세계의 가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신세계는 지난 26일 1352억8000만원을 투자해 SK 텔레콤으로부터 SK 와이번스를 통째로 샀다.

신세계가 프로야구판 진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그리 신선한 뉴스는 아니다. 지난해 초 모기업 경영난으로 두산 베어스의 매각설이 나돌 때부터 신세계는 꾸준히 거론됐다.

유통계의 공룡으로 통하는 신세계의 프로야구 합류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꺼림칙한 것은 SK의 철수다. 몇몇 구단들의 모기업과 달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오히려 SK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는 쪽에 가깝다.

자금난과 무관하다면 SK의 와이번스 전격 매각 배경은 더 이상 야구단 보유로 얻을 이익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프로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기점으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자리를 꿰찼지만 겉과 달리 속은 부실하다.

프로야구단 운영에는 연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언제나 적자다. 높아진 인기에도 악순환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재 기업이라면 상품 판매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그룹들은 이미지 재고 외에는 야구단 운영의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룹들의 프로야구단 운영은 '기업은 이득이 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생각과 정면으로 대치한다.

운영 능력이 충분한데도 스스로 발을 뺐다는 점에서 SK의 이탈은 프로스포츠 전체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구단들도 더 이상 모기업의 지원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워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성이 필요하다.

계속 손 놓고 무언가 떨어지기만을 바란다면 제 2의 SK같은 그룹은 오래 지나지 않아 또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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