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단 극진히 아꼈던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
농구단 극진히 아꼈던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
  • 뉴시스
  • 승인 2021.02.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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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 기자 =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정 명예회장은 소문난 농구광이었다. 회사가 운영하는 전주 KCC 농구단은 물론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2001년 자금난에 빠져 어려움을 겪던 현대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애정을 쏟았다.

KCC의 경기 일정표를 집무실에 배치해 매 경기 TV 중계를 빠짐없이 시청했고, 틈이 나면 직접 체육관을 찾았다.

감독과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걸 우려해 일부러 경기 시작 이후에 입장하거나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구석에서 조용히 관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KCC에서 은퇴한 코치나 선수를 일반직원으로 채용해 '제2의 인생'을 지원했다. 선수단의 애사심은 커졌다.

농구계 전반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김영기 KBL 총재 재임 시절 프로농구 정규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살림을 책임졌다. 프로-아마 최강전도 후원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개최한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챌린지와 국가대표 후원 등에도 발 벗고 나섰다. 국가대표팀이 훈련 장소를 구하지 못할 때에는 용인 마북리 KCC 체육관을 쓰도록 지원했다.

과거 KCC에서 감독을 지냈던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과 추승균 전 감독 등은 정 명예회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추 전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끔은 아버님 같고, 가끔은 할아버님 같이 저를 꼭 안아주셨던 분이었습니다. 어떤 표현을 해도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며 "세월 앞에 이렇게 헤어지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고 슬픔을 표했다.

KCC는 31일 홈구장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와 대결한다.

경기 시작 전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직원은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 예정이다. 선수들도 검은색 리본을 달고 뛴다. 치어리더 공연이나 응원가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KCC그룹 관계자는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3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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