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인수 충격 속에서도…SK 직원들이 삽질한 사연
구단 인수 충격 속에서도…SK 직원들이 삽질한 사연
  • 뉴시스
  • 승인 2021.02.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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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학구장 젖은 땅 말리기 위해 하루종일 삽질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 그라운드에서 땅을 말리기 위해 삽질을 하는 SK 와이번스 운영팀 직원들.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 그라운드에서 땅을 말리기 위해 삽질을 하는 SK 와이번스 운영팀 직원들.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김희준 기자 =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했다는 사실이 발표된 것은 지난 1월 26일이다.

재계와 야구계가 모두 깜짝 놀란 소식이었다. SK 구단 고위층도 기사가 나온 뒤에야 사실을 파악했을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SK 선수단과 프런트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공식 발표가 이뤄진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안정되고 있지만, 발표 직후 SK 구단은 혼돈 그 자체였다.

마냥 충격에 빠져있을 수는 없었다. 스프링캠프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SK 구단 운영팀 직원들과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그라운드 정비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구단 매각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1월 28일 미리 제주도로 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구단이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가운데 SK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을 스프링캠프지로 택했다.

강창학구장은 야구장 1면과 보조구장 1면, 실내 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시설은 모두 합격점이었다. 제주도가 국내에서 날씨가 가장 따뜻한 곳으로 손꼽히는 것도 SK가 강창학구장을 스프링캠프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라운드 상태가 문제였다.

SK 운영팀 직원들과 그라운드 키퍼가 1월 28일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그라운드는 밑이 젖어 진흙인 상태였다. 지난달 제주도에 눈과 비가 내리고, 새벽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땅이 얼었다 녹는 바람에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됐다.

SK 와이번스 운영팀 직원들이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 그라운드 밑을 말리기 위해 삽질을 한 흔적.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SK 와이번스 운영팀 직원들이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 그라운드 밑을 말리기 위해 삽질을 한 흔적.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그라운드 정비를 담당하는 정성진씨는 "그라운드 상태가 밟으면 미끄러지는 상황이었다. 밟으면 들어갈 정도였다"며 "이러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불과 사나흘 남아 있었기에 공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SK 운영팀 직원 5명이 삽을 들었다. 삽으로 바람구멍을 내 진흙 상태인 그라운드 밑을 말리기 위해서였다. 하루종일 그라운드 전체에 촘촘하게 삽질을 했다.

그라운드 키퍼인 김경덕씨는 "삽질을 하면 바람이 들어가서 젖어있는 깊숙한 땅이 마른다.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작업은 삽질 뿐이었다"고 전했다.

조영민 SK 운영팀장은 "직원들도 구단 매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하루종일 작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난 1일에도 제주도에는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조 팀장이 애를 써서 공수한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방수포 덕분에 SK 선수들은 2일 차질없이 훈련할 수 있었다.

조 팀장은 "방수포를 구단 버스에 실어서 가져왔다. 방수포 부피가 워낙 커서 버스에 싣는데 애를 먹었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조 팀장이 방수포를 버스에 실은 뒤 너무 기뻐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SK 구단 직원들이 합심한 덕분에 SK는 무난하게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2일 훈련이 끝난 뒤에도 SK 운영팀 직원들과 그라운드 키퍼들은 그라운드 정비에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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